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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2월 8일 (인간의 본능)

얼마 전에 갓난아이를 철봉에 매달리게 했더니 아이는 의외로 철봉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던 실험 보도가 있었다. 이런 걸 두고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는가.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터득하고 행동하는 걸 보면 신의 섭리가 오묘함을 느낀다. 오늘 선영이는 쇼파에서 내려오는데 궁둥이를 뒤로 하고 내려왔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또 무엇을 놓고 올라 가는 일. 그것을 붙잡고 내려오는 일. 지혜라고 하기엔 요 꼬마가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장식장을 다 열어 놓고 다 꺼내서 어질러 놓은 다음, 또 일이 없을까 눈을 반짝거리며 찾아다닌다. 마냥 바라만 보아야 하는데 아이를 따라다니며 치운다. 정신없는 것이 싫어서...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이 정석이거늘.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마음먹었던 일들이..

동덕여대 음악대학의 오페라 공연 '마술피리"를 보고...

6월 28일 오후 7시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동덕여자대학교 오페라 "마술피리'를 보고 왔습니다. 오페라 공연은 상대적으로 많은 준비와 비용이 필요해서, 관현악 연주회와 성악 발표회처럼 결코 쉬운 행사가 아니라네요. 동덕여대 음악대학 창설이래 두 번째 공연이라는데요. 겨울방학 때부터 오늘 하루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대학생들이 대견스럽고, 정말로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젊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 풋풋한 젊음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환경이 척박해서인지 음악 미술 등 예술분야에 관심도 없고 여유도 없는데요. 얼마 전 독일 목사님으로부터 독일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참 부러웠었어요. 1년 내내 똑같은 공연을 한곳에서 해도 자기돈 투자해 가며 공연장을 가득 가득 ..

관악산에 다녀 왔습니다.

재경 부강중학교 17회 동창회에 산행을 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아무 준비도 생각도 없이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먼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위로해 준 친구들이 정말 고마워서 점심이라도 대접하려고 사실은 두번째 산행을 결심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친구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떠날때 처럼 비가 오면 산행은 어림도 없었겠지요. 신기하게도 안양석수역에 도착할 즈음 비는 그치고, 비 온 뒤의 산행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습니다. 신선한 공기와 바람을 가르며 산 막사 국기봉(2곳)과 산막사 뒷산을 거쳐 안양예술공원으로 내려왔는데요. 4시간 산행을 하는 동안 바위산이 대부분이었고, 조금은 난코스랄까? 그러나 저만 잘 따라가면 나머지 친구들은 워낙 산을 잘 타는 친구들이라서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생각대로 ..

1990년 1월5일 (집안식구들과의 合)

내일은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다. 내일은 학원수업이 없는 날이어서 다행이다. 선영이는 처음 낳을때도 유 별스럽게 낳았지만, 유 별스럽게 키운다. 아기가 집안식구들과 合이 다 맞는데, 엄마와는 合이 맞지 않으므로 떨어져 있는 것도 괜찮다 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다른 아이들은 직장에 다녀온 엄마하고 떨어지기 싫은데 선영이는 엄마가 오든 안오든 개의치 않는 눈치이고, 할머니와 잠도 자고 여전히 할머니품이 최고인 것 같다. 자고 깨도 할머니 먼저 찾는다. 일하는 엄마에게는 좋을 수도 있지만 한편 섭섭하기도 하다. 할머니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할머니를 향해 "잘났어. 정말"하며 토라진다. 또 요사이 유행하는 '사랑하고 싶어-소방차' '창밖에 빗물 같아요-양수경'등의 노래를 가사와 음을 정확하게 ..

1988년 2월 18일 (목요일 ) (육아일기 1년째 쓰던 날)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를 낳은 지 1년이 되었다. 바쁘게만 살아온 내가 아이 낳고 그 어마어마한 시간들을 아이에게 투자(?)하면서 소위 육아일기란 걸 1년을 썼다. 정말 인내를 시험한 계기였고, 나는 해냈다. 인내의 승리랄까? 내가 일기를 쓰게 된 동기는 한국의 여자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혜린의 육아일기를 읽고 나서부터였다. '자라 나는 숲 - 정화의 육아일기' 이 책이 그녀가 쓴 일기인데, 나도 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었다. 내용이야 어떻든 나중에 우리 선영이에게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부디 건강하고 예쁘게 커야 한다. 무엇이 되기보다는, 무엇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엄마 아빠도 누구보다도 예쁘게 키워야지...

1987년 12월 26일 (토요일) (이 예쁜 사람아)

생명의 빛깔이 이처럼 고운 것이리라. 이 예쁜 사람아. 어찌 사나. 네가 예뻐서 내가 외로워지는, 네가 소중해서 내가 미칠 것 같은, 아아!! 네가 사는 동안 천만년이라도 내가 죽지 못할 이 천지간의 참 보배로운 한 사람아! 비싼 인내로 내가 견디고 아까운 세월에 내가 기다리고, 모든 아픔을 눌러 궁극에 한 의지에 무섭게 순종시켜 마침내 내가 얻은 내 사람아! 김 남 조의 여럿이서 혼자서.... 학교에 다녀온 나를 보고 선영이는 얼마나 좋아라 달려오는지... 제 딴엔 반갑다는 표현이겠지..... 내가 가는대로 �아 다니며 소리를 질러댄다. 왜 그리도 불쌍해 뵈는지... 나는 정말이지. 아이에 대한 미련이 많아 직장생활은 더 못하겠다. S3700813.jpg 0.09MB

1987년 4월 10일 (母性은 國力)

아이에게 있어 젖은 최대의 만족을 느낄 수있는 행복이다. 엄마라는 존재가 더욱 빛날 수 있는 것도 이 젖때문은 아닐까? 나도 젖은 체격에 비해 월등하게 적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모유를 택했고, 약도 먹고 잘 나오게 하려고 밥도 많이 먹으려 노력했다. 모유수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좋고, 아이에게 외부로 부터 저항력을 키워 줄 뿐 아니라 애정에도 영향을 준다. 내가 아이에게 젖주는 표정과 행동을 잠재적으로 아는 것 같다. 젖주는 자세를 취하면 아이는 금방 흡족한 표정으로 울음 비슷한 웃음으로 응석을 부린다. 참으로 엄마는 푸근한 존재이다. '모성은 국력' 정말 훌륭한 표현이다. 색색 원과 하트

남편은 며칠째 금연중입니다.

지난 15일 (일요일 )부터 남편이 금연에 들어갔다. 오늘 5일째 금연 중이다. 금연의 목적이 기타 값을 벌기 위해서라는데 동기야 어떠하든 우리 가족들은 일제히 대환영이다. 우리 집 유일한 흡연자이었기에 더욱 환영이다. 나는 이제껏 남편이 하는 일에 간섭을 한 적이 없다.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해서인지 기대지도 간섭도 하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도 본인 스스로 금연을 결정하고 가족들에게 통보를 한만큼 이 기회에 꼭 금연에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다. 5년-1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마약중독자처럼 금단증상이 심하다는데, 30년의 흡연경력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들까? 한 개비만 피우자고 사정도 해 보고, 무엇에 �기는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하며 신경질적인 반응도 보였다. 하루 종일 한마디 말도..

1987년 11월 26일 목요일(할머니의 흘러간 노래)

할머니가 틀어 주시는 흘러간 옛 노래에 함성(?)을 질러가며 궁둥이를 앞으로 뒤로 흔들며 좋아하고 있었다. 할머니께서도 장단을 맞추시며 기특해하시고 대견해하시며 즐거워하셨다.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리듬감 있는 음악에만 궁둥이를 흔드는 요 녀석! 조용하고 멋진 곡은 흥에 겨워하지 않고는... 할머니께 아이에게 좋지 않으니 그런 노래는 틀지 마시라고 할 수도 없질 않은가. 음악이 꺼지면 응응거리며 그곳을 쳐다보며 또 음악을 틀라 한다. 신기하고 예쁘나 정말 걱정이 앞선다. 지금 밖에는 온통 제13대 대통령 선거 열기로 대단하다. 사람으로 가득하고, 물량공세로 가득하고, 흑색선전. 상호비방이 하늘을 찌른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이 긴장이 얼마나 계속될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 등...

1987년 9월 12일 토요일(요즈음 우리 아기 식사와 간식)

*요즈음 선영이의 식사와 간식 계란과 간장에 비빈 밥 2큰술. 소고깃국에 말아서 2큰술. 치즈 하루 1쪽. 사과 1/4 개 갈아서 먹임. *주스. 거버 이유식. 생우 유등을 먹여 보았는데 젖병에 주어도 숫갈을 사용해도 먹지 않는다. 편식해서 영양의 불균형이 올까 은근히 걱정된다. 밥을 비비는 사이 아이는 입맛을 다시며 소리를 있는 대로 지른다. 무슨 소리인지 아무도 알아 듣지 못하는 소리를.... 제 딴엔 배가 고파서 빨리 달라는 것이겠지? 소화기능이 아주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