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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세상이야기

金成玉과 金昭來女史

 

 

 

 

 

 

 

 

 

 

 

 

 

 

 

 

 

   

 

                            

 

 

 

 

 

 

 

 

 

 

 

 

 

 

 

 

 

 

 

 

 

***金成玉과 金昭來女史

 

 

셋째 아들이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영 학교에 가기 싫은 눈치였다. 김소래 여사는

큰 작대기로 위협하며동네어귀를 지나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돌아오는데,

우연히 길 옆에 있던 주막 안이 눈에 들어 왔다.

"장례식이 있어서 오늘 집에 오지 못하고 내일이나 들어온다"던 면서기인

남편의 자전거가 그 곳에 있었는데, 아뿔싸!! 주막의 댓돌 위에 남편의 신발과

어느 여자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하고 방문을 확 열어젖힌 김소래 여사는

같이 있던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 잡았다. 그러나 남편인 김성옥이 김여사의 두 손을

잡는 바람에 오히려 그 여자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수모를 겪었다.

온 고을 사람들이 다 모였으니 창피하기도 하고, 큰 소리로 손가락질을 당하는

현장을 애써 외면한 채 김성옥은  속옷바람으로 산으로 도망을 쳤고

김여사는 혼자 남편의 옷을 가지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서울로 올라갔던 다섯 아이를 둔 아버지 김성옥은, 결혼식의 징표로

새 금반지와 시계를 차고 새 양복을 입고,

버젓이 싱글벙글 동네에 나타났는데, 학교에 다녀오던 처남에게 갖은

욕설을 다 듣는다. "이 개만도 못한 놈."...

어머니는 "나는 너 같은 아들을 둔 적이 없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나타나지 말라."....

그는 이내 서울로 새 살림을 하기 위해 떠났는데,

다섯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던지 가끔 고향에 나타났고,

아버지 제사에는 틀림없이 왔는데, 어느 해 어머니께서

일찍 제사를 지낸 다음에 다 불을 끄고 자는 시늉을 했다.

그래도 남편이라고 김소래 여사는 밥상을 차려다 가져다주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무슨 밥상이냐고 하며 마당에 내동댕이 쳐 버린 적이 있었고,

아이들이 보고 싶어 동네에 온 김성옥을, 정작 아이들은 "누구냐?"며 손을

뿌리쳤고 질시에 찬 눈으로  "우리에게는 아버지는 없다."며 김성옥을 늘 벌레 보듯 하였다.

서울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김성옥 집에 들러 온 동네 사람은,

면서기의 편안함을 버리고  막노동을 하면서 사는

김성옥이 새 여자가 다른 남자 사이에서 낳은 철수라는 아이와

둘 사이에서 낳은 딸  남매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김소래 여사의 자녀들 (남자아이들 셋과 딸 둘) 다섯이 모여서

서울에 있는 아비를 불러들였다.45세까지 집으로 돌아오면 다 용서하고

아버지로 받아들이겠으나, 그 이후에 들어오면 하늘이

두 조각 나도 아버지로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아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 김성옥이 49세에 목이 졸린 상태로 죽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마 놀음판에서 누가 손으로 목을 눌러 죽인 것 같은데,

자식들이 나서서 부검을 절대 반대했다.

"부검을 한다고 해도 죽은 목숨은 살아 돌아올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였고,

가족에게는 예뻐 보이지 않는 고인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어도

애정이 없기 때문에 덮어 두었던 것이다.

  

 

그 옛날에 여자가 무엇을 해서 다섯 아이를 먹이고 가르칠 수 있었을까?

닥치는 대로 일을 한 김소래 여사는 남의 집 일을 해 주고

반찬을 얻어다 다섯 아이를 먹이고 가르쳤다.

대학은 가르치지 못하지만 고등학교라도 다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허리가 휘도록 일을 했고, 아비 없이

잘 키운 아이들은, 큰 아들이 군인 원사로,

두 아들은 공무원으로 두 딸은 부잣집으로 시집을 보냈다.

근래에 칠순잔치를 하는데, "세상에 우리 엄마 같은 인생은 없다"라고

하면서 장성한 다섯 자식이 절을 하다가  하나둘씩 울기 시작했고,

즐거워야 할 칠순 잔치집이 완전한 울음바다가 되었다.

젊은 날부터 하던 일을 그녀는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빌딩의 청소 일을 하고 있는 김소래 여사는

"죽으면 썩어질 몸.... 움직일 때까지 일을 한다. 말리지 말라." 

말리던 어느 자식도 어머니의 뜻을 꺾지 못했다.

다섯 자식이 가장 큰 세상의 든든한 버팀목인 김소래 여사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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