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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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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마무리 하면서 세월이 여물고 있는 소리를 듣고 계십니까? 가만히 지난날을 생각하면 모든 일이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모든 날 중에는 물론 지우고 싶은 날이 있지요. 그러나 지우고 싶은 날보다는 소중한 날들이 제게는 더 많습니다. 이제 또 소중한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려고 합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말 아닌가요? 우리들의 삶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게 마련이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자꾸 조급해지네요. 현재의 모습에 괴리를 느끼기도 하고 가끔은 허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블로거 친구님들이 있어 저는 지난 일 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올 한 해 이웃 블로그님들의 관심과 배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기 천사 성원이를 기억해 주세요!! " 직업을 잘못 선택하셨어요. 성우를 하실 걸..." 목소리가 근사하고 멋진 성원이 아빠를 만날 때마다 하던 이야기이다. 얼굴이 너무 선한 그에게 그런 큰 아픔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는데.... 지난 목요일에 만났던 성원이 아빠는 늦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자기 가족이 나오니 TV를 봐주십사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매주 화요일 밤 12시 45분에 SBS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생당시에 대학병원 교수조차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한 성원이의 병은 "네말린 근병증" 근육이 심하게 약해져서 1년이내에 호흡곤란이나 폐렴을 일으켜 거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단다. 딸 아이를 품 안에 안은 아빠 엄마는 결코 포기할 수가 없었고, 딸의 몸에 연결된 관이 하나씩 늘어 가는 것을 보며 강해..
부드러운 대화법 만두를 사러 가게 안에 들어 간 내게 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 금방 나간다." 하고 전화를 끊었나 보다. 오는 차 안에서 딸아이는 평소 엄마와의 전화 대화는 전화요금은 적게 나올지 모르지만, 너무 황당하다고 했다. 자기는 가족이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 해도 되지만 남에게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한다. 엄마는 앞뒤 전후 사정을 고려치 않고 항상 대답도 질문도 단답형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의 잘못은 모르는 것 같은데, 이제껏 나도 이런 전화예절을 모르고 산 것 같아 아이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한국사람이 가지고 있는 " 빨리빨리" 병을 나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정이 없고 메마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빠른 시간 안에 정돈을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오랜 직업에서 온 병은 아닐까? 딸..
사랑하는 여보, 당신 잘 지내오?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이 손님들을 상대하고, 가게 2층으로 올라오십니다. 올라오셔서 제일 먼저 하시는 일이 할머니 초상화 뒤에 오늘 번 돈봉투부터 올려놓으시며 저승에서 떠 돌아도 돈은 있어야 한다고 속삭이시지요. 13년 전 할머니를 먼저 보내시고 홀로 된 순간부터 오늘까지 늘 할머니 초상화에 한마디 건네는 것은 과거 함께 등짐을 지고 장터를 돌아다니며 같이 고생했던 것이 못내 가슴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사랑의 온기가 남아 있는 집안을 하루도 떠날 수 없지요. 모두가 잠든 밤. 혹시 할머니께서 남편의 곁으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죠. 60여 년간 장사를 해 오셨고, 연세 83세의 노인인데도 건강하게 그 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할아버지는 게으르고 의타심 많은 요즈음 젊은이..
아름다운 세상. 뛰어난 미모를 가진 그녀를 보고는 야채장사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암동 마포 농수산물 센터에 가면 그 사장님이 있어요. 피부색이 하얗고 예쁜 그녀는, 추운 겨울에는 얼굴과 발에 동상이 걸리고, 야채를 만지는 손은 그야말로 머슴 손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남편과 이혼할 때 데리고 나온 아들인데, 조금 모자랍니다. 운전 면허증을 따지 못해 애태우던 아들이 면허를 취득했을 때 그리 기뻤다던 그녀. 남은 곤히 잠들어 있는 새벽 두 시에 가락동 시장에 가서 야채를 구입해 온다고 합니다. 자기는 잡초 같은 인생이라며 밟아도 밟아도 절대 밟히지 않을 거라네요. 이렇게나마 열심히 살아서 아파트도 구입했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고도 합니다. 언젠가 제가 물었었지요. "재혼..
아름답고 품위가 있었던 결혼식 규방공예가 신문순 씨 작품, 강남교육문화회관 별관. 별관은 한적하고 규모도 크고 품격이 있는 우아한 공간이었다. 사회자의 깔끔한 진행. 한복의 색깔이 조금은 범상치 않았던 신랑과 신부의 어머님. 점잖은 노신사. 신랑과 신부의 아버님. 앞가슴을 드러내지 않은 수수하면서도 예쁜 드레스와 예쁜 신부. 신랑의 준수한 외모. 첫째 사랑, 둘째 대화, 셋째 건강으로 가정을 지키라는 전남대 학장을 지내셨다는 주례선생님의 간결하고도 논리 정연했던 주례사는 지금까지도 머릿 속에 남아 있다. 조용하면서도 품위가 있었고, 하객으로 온 지인들에게서도 인격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결혼식과 절차와 순서는 같았지만, 대조를 보인 결혼식이었다. 조용하고 엄숙하며 이벤트가 없었던 신성한 결혼식. 새로 시작하는 예쁜 가정에 축복이 늘..
사랑하는 아내에게 "KBS 1 TV 인간극장"의 "사랑하는 아내에게"편. 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한 5부작 이야기이다. 아직도 아내와의 첫 만남을 수줍게 기억하며, 결혼하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던 남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17세, 10세의 두 아들과 그저 큰 욕심 없이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 해 주고 장성 숲 속에서 네 가족이 뛰어놀고 싶다던 아내. 아내는 올 4월 우연히 병원에서 수술도 할 수 없다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남편은 직장도 그만두고 장성의 공기 좋은 곳 오두막집으로 아내를 데리고 떠난다. 어린 시절 어머니 없이 자란 자신의 전철을 아이들에게만은 물려줄 수 없다는 확신 아래. 살아만 있어 달라고 애원하는 남편 곁을 그녀는 떠났다. 5일 내내 보면서 꼭 쾌차..
12월을 활짝 열며... 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12월이 활짝 열렸다. 언젠가부터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무덤덤하지만 힘차게 출발했던 올 첫날을 겸허하게 뒤돌아 본다. 아쉬움과 후회가 가득하지만 그래도 때때로 열심히 살았다고 고백할 수 있음이 다행스러우며, 평범한 일상이 모여서 인생을 이루는 것이라고 위안 삼는다. 나라의 모든 것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12월이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도 뒤숭숭하고 서민들의 삶도 그리 녹록지 않다. 12월 국회에서 2010년 예산심의와, 4대강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산적해 있는 나라의 일들이 차분한 검토 속에 국민들에게 득이 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가길 바랄 뿐이다. "환상의 인공섬"으로 알려져 왔던 두바이 발의 악재도 우리에게 그저 애교정도로 살짝 건드리고 지나가는 정도로 그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