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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늘(2020-76)

신경숙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문학동네

 

 

신경숙의 첫 번째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이 책은 저자가 서른셋에 처음 펴낸 산문집으로 세상과 문학을 향한 저자의 첫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의 체험이 어떻게 작품화되었는지, 체험과 소설의 간극은 어떠한지 엿볼 수 있다. 서정인, 최인훈, 김승옥, 이제하, 오정희, 이청준 등의 작품을 실사하던 습작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농부인 아버지까지 저자가 독서를 통해 만났거나 전시회, 공연,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상을 만나볼 수 있다. 아침, 산들거리는 봄바람 속으로 섞여 들던 기묘한 슬픔. 우리가 인간이라는 생각,  미친 여자와도 잠을 잘 수 있는 인간, 미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신체구조를 가진 인간....... 우리가 인간이라는 생각.

 

 

 

 

 

 

(본분 중에서)

75쪽 제자리를 잃은 마음의 분란을 정리해 주는 건 죽음이다. 언젠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79쪽.... 푸치니는, 푸치니는 토스카의 여인 카바라도시에게 애절한 노래를 부르게 한다.

아아, 별은 빛나건만 그 빛 남은 그대로 돌아오지 않네.

잊힘이 나를 위로하지만 또 나를 아프게 하네.

98쪽 잔인한 세월에 닳아버린 나의 감수성이며 나의 감수성이 이제

그때와 같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112쪽 어려서부터 글을 읽는 게 좋았고, 읽으면서 막연히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24쪽 그러나 자식은 끝끝내 자식일 뿐, 어머니 늙으시니

든든한 무엇을 잃은 듯한 상실감이 마음속으로 휘이-

지나간다. 누구에게나 단 하나뿐인 어머니,

아, 나는 바람막이를 잃었구나.

129쪽 부드럽고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던 해운대와는 달리 태종대는

거칠고 광막하고 물살이 셌으며 물빛도 짙은 청보라였다.

133쪽 비트족은 노상에서 사랑하고 생을 생각하고 죽음마저도

노상에서 치른다던가.

문명의 집시가 되기로 한 그들의 구호는 여행자처럼 생을 살 자였는데,

137쪽 길에는 권태가 없고 침체가 없다던데..

141쪽 생텍쥐베리는 야간 비행사였다.

그래서 작품에는 어디에나 모험과 미지의 발견의 기쁨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237쪽 삶은 모두 달라서 각각의 숨겨진 열정은 발견되기도 하고

그냥 묻히기도 할 것이다.

244-245쪽 베토벤은 초라한 집안의 다락방에서 태어나,

괴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살림은 곤란하고,

사랑은 실패하고,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귓병을 앓는 그의 삶.

얼마나 삶이 무거웠으면 그의 표정을 두고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이라고 했을까.

246-247쪽 박수근의 삶은 고독과 가난을 지나 그에 대한 평가가 넓어질 때 마감되었다.

그이 작업 또한 완숙의 정점일 때,

지금은 누구나 박수근이라 하지만 그는 생전에 개인전 한 번 갖지 못한 화가였다.

251쪽 뿌리를 내린 좋은 문화는 어디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니다. 다시 새로운 힘을 가지고

박수를 쳐주고 부추겨 주었던 사람들의 삶 속으로 풍성하게 흘러들어 갈 것이다.

254-255쪽 굳건함, 따뜻함, 아름다움, 세련됨.

이 네 개의 감정이 그의 그림을 돌아보는 동안

내 마음 안에 내내 흘러 다녔다....

262쪽 운보의 생애 어려서 청각을 잃고 벙어리가 되어버린

그에게 외할머니는 하늘 같은 사랑을 주었고,

어머니는 어린 운보가 책갈피에 그린 꽃이나 새 동물들을 보고

화가의 길로 인도해 주었으며,

아내이며 같은 화가였던 우향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수용한 사람.

269쪽 새로운 시간은 완전히 다른 시간 속에서 오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의 기쁨과 지금까지의 슬픔을 바탕으로 해서 온다.

282쪽 어느 한 자리에 붙박이로 살지 못하고 떠돌아다녀야 하는

유태인의 유랑 의식은 은연중

샤갈의 그림 속 곳곳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