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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완도 명사십리 -이청리 제 16시집(2020-19)

 

 

[그리운 명사십리]

[이청리 제16 시집]

[도서출판  이룸 신서]

 

어린 시절 살았던 그 해국을!

완도는 멀고 먼 푸른 물빛 나라다.

그 나라에서 떠나와 국적을 잃은 이방인처럼 살아왔다.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국적을 찾은 것을 깨달았다.

                                                                                                      (저자의 후기에서)

 

*완도 바다

어머니 젖가슴 같아

자꾸만 기대고 싶어 지네.

정을 뗄 수 없게 하는 짠한 그 무엇이 있네.

안 보면 병이 날 것 같네

 

*완도 저녁 바다

완도 저녁 바다는

물이 차 오를수록 더 고요하다

 

*완도 사람들

그 가슴에 지니고 있는

그 푸른 바다 때문인가

저 속에 들면 생이라는

완창 육자배기를 뽑아내게 한다네

 

*그 사람들의 생이 사라지다

저 바다에 생을 부리고 살아온

완도 사람들의 시린 생이

어진 말씀이었으니

이 겨울밤에 암송해야겠네

 

*완도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완도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정이 드요

그냥 가슴이 짱 해지요

 

*완도 여자들

청초하기만 한 완도 여자들

모든 것이 님으로 보여

떠받들고 살아간다오

 

*청보리밭 바다를 처음 보겠네

완도 명사십리 저 앞바다는

이별을 다 삼켜 버려

꺼내어 줄 줄 모르는

청보랏빛 바다를 처음 보겠네

 

*파도 너의 시간은

저 밀려오는 물살과 물살 사이의

그 여운이 저만치 저만치

멀어져 가면서 가슴을 파고드는 곳이

그대 머무르는 곳인 듯싶어라

 

*명사십리 파도 소리

나도 그대가 내는

그 청아한 소리를 내고 싶어라

천 년을 소리를 내어도 그대이고 싶어라

 

*파도가 색칠해 줄 때

명사십리 파도빛이 색칠 한 번 해 줄 때

한 생애가 확 달라졌지

 

*모래알들이 새떼들이다

명사십리 모래알들이

무리를 지어 나르는 새떼들이다

저 새들을 따라가는 길은

다도해 물길을 따라 수평선으로 뻗어 있고

저 새떼들이 이곳 하늘에 햇빛과 바람을

물어 날라 집을 지어 놓은 곳

 

*고향집으로 가는 길

마음만 먹으면

한 달음에 갈 수 있지만

가슴속은 언제나

삶의 실밥이 터져 속살이 드러났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

할머니 무릎에 누워

지나간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의 키가 몇 자나 더 자랐다

 

*세상사 연극

주인공이 되어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우랴

이곳에 오면 세상사 연극에서

대사가 없는 생들이~~

 

*천하 부자가 아닌가

아! 가슴을 온통 쥐어짜는 그 손을 다시 잡자

소금을 더 많이 채워 주었다

우리가 천하 부자가 아닌가

 

*고향 바다

이 뚫린 가슴속을

더 넓게 열어 출렁거려 오는

어릴 때 그 고향 바다여

 

*사랑이여

그 여름 명사십리 밤바다에서

우주를 열었던 한 몸이면서도

이렇게 긴 세월 마음이 하나이기를

아파해야 하나 사랑이여

 

*어머니 무릎처럼

그 무엇을 잃고 찾아 헤매다

찾지 못하고 살 때

고향 바다가 해당화 한 송이를 내미네

아! 그때의 어머니 무릎처럼

 

*모천

이 바다 명사십리에 새겨져 있는 문양들을 풀어내는 길들이

저 휘어진 물길로 열려 있는

명사십리가

우리 사랑의 모친이었으리

 

*명사십리에 내린 봄

명사십리에 내린 봄!

내가 지어 놓은 집이로다

이 세상에는 많고 많은 집이 있되

봄! 네가 지어 놓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곳이로다 이곳이로다

 

*그 옛 이름은 청해진

그 옛 이름은 청해진

그 아득했던 날 장보고는

그 별들이 물 마시고 돌아가는 길을 따라

저 수평선 너머 가는 사람들이 있다오

 

*완도에 가서 술을 마시지 마라

완도에 가서 술을 마시지 마라

거기 초록빛 바다에 취해

영영 깨어나지 않을라 몰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