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명사십리]
[이청리 제16 시집]
[도서출판 이룸 신서]
어린 시절 살았던 그 해국을!
완도는 멀고 먼 푸른 물빛 나라다.
그 나라에서 떠나와 국적을 잃은 이방인처럼 살아왔다.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국적을 찾은 것을 깨달았다.
(저자의 후기에서)
*완도 바다
어머니 젖가슴 같아
자꾸만 기대고 싶어 지네.
정을 뗄 수 없게 하는 짠한 그 무엇이 있네.
안 보면 병이 날 것 같네
*완도 저녁 바다
완도 저녁 바다는
물이 차 오를수록 더 고요하다
*완도 사람들
그 가슴에 지니고 있는
그 푸른 바다 때문인가
저 속에 들면 생이라는
완창 육자배기를 뽑아내게 한다네
*그 사람들의 생이 사라지다
저 바다에 생을 부리고 살아온
완도 사람들의 시린 생이
어진 말씀이었으니
이 겨울밤에 암송해야겠네
*완도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완도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정이 드요
그냥 가슴이 짱 해지요
*완도 여자들
청초하기만 한 완도 여자들
모든 것이 님으로 보여
떠받들고 살아간다오
*청보리밭 바다를 처음 보겠네
완도 명사십리 저 앞바다는
이별을 다 삼켜 버려
꺼내어 줄 줄 모르는
청보랏빛 바다를 처음 보겠네
*파도 너의 시간은
저 밀려오는 물살과 물살 사이의
그 여운이 저만치 저만치
멀어져 가면서 가슴을 파고드는 곳이
그대 머무르는 곳인 듯싶어라
*명사십리 파도 소리
나도 그대가 내는
그 청아한 소리를 내고 싶어라
천 년을 소리를 내어도 그대이고 싶어라
*파도가 색칠해 줄 때
명사십리 파도빛이 색칠 한 번 해 줄 때
한 생애가 확 달라졌지
*모래알들이 새떼들이다
명사십리 모래알들이
무리를 지어 나르는 새떼들이다
저 새들을 따라가는 길은
다도해 물길을 따라 수평선으로 뻗어 있고
저 새떼들이 이곳 하늘에 햇빛과 바람을
물어 날라 집을 지어 놓은 곳
*고향집으로 가는 길
마음만 먹으면
한 달음에 갈 수 있지만
가슴속은 언제나
삶의 실밥이 터져 속살이 드러났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
할머니 무릎에 누워
지나간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의 키가 몇 자나 더 자랐다
*세상사 연극
주인공이 되어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우랴
이곳에 오면 세상사 연극에서
대사가 없는 생들이~~
*천하 부자가 아닌가
아! 가슴을 온통 쥐어짜는 그 손을 다시 잡자
소금을 더 많이 채워 주었다
우리가 천하 부자가 아닌가
*고향 바다
이 뚫린 가슴속을
더 넓게 열어 출렁거려 오는
어릴 때 그 고향 바다여
*사랑이여
그 여름 명사십리 밤바다에서
우주를 열었던 한 몸이면서도
이렇게 긴 세월 마음이 하나이기를
아파해야 하나 사랑이여
*어머니 무릎처럼
그 무엇을 잃고 찾아 헤매다
찾지 못하고 살 때
고향 바다가 해당화 한 송이를 내미네
아! 그때의 어머니 무릎처럼
*모천
이 바다 명사십리에 새겨져 있는 문양들을 풀어내는 길들이
저 휘어진 물길로 열려 있는
명사십리가
우리 사랑의 모친이었으리
*명사십리에 내린 봄
명사십리에 내린 봄!
내가 지어 놓은 집이로다
이 세상에는 많고 많은 집이 있되
봄! 네가 지어 놓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곳이로다 이곳이로다
*그 옛 이름은 청해진
그 옛 이름은 청해진
그 아득했던 날 장보고는
그 별들이 물 마시고 돌아가는 길을 따라
저 수평선 너머 가는 사람들이 있다오
*완도에 가서 술을 마시지 마라
완도에 가서 술을 마시지 마라
거기 초록빛 바다에 취해
영영 깨어나지 않을라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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