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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풍경! 이중섭 (이청리 제 11시집)(2020-18)

[이청리 제11 시집]

[도서출판 이룸 신서]

 

 

이중섭은 일제 강점기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났다.

미국 출신의 서양화가 임용련에게 미술을 배웠다 도쿄 문화학원에서 미술수업을 받고

일본 전위그룹인 자유미술가협회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1945년 문화학원 후배인 일본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했고,

부산과 제주도로 피난 1952년 가족들과 이별했다.

1956년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통영 진주, 서울, 대구, 왜관

등을 돌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서귀포에 이중섭 거리가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시간상 생략하고 온 것이 참 아쉽다.

 

 

 

이중섭 화가 가족들이 살았던 이 비좁은 공간에서 행복을 가슴에 담는다면 우리는 낙원의

풍경 속으로 들어서 살고 있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눈물겨운지 모른다.

(77쪽 후기에서)

 

피난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0.4평의 바다에서 살았네.

천국으로 사닥다리를 놓고

오르내릴 때

밭갈이하는

황소와 한 몸인 것을 보았네. -0.4평 바다에서-

 

손바닥만 한 방에서 꽃수레를

하늘로 밀어 올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가는

그 낙원의 가족 그 낙원의 가족 -서귀포 바다는 이중섭 바다라네-

 

끝까지 끄지 아니하시는 하늘이 있었기에

길 떠나는 가족의 눈물로 환희로 그렸네-길 떠나는 가족-

 

아내가 내 전부를 품고 있어

내 그리움을 높이 달아도

소리 없이 허공에서 울고 있었네-나의 전부인 아내여-

 

저 흰소를

나 아닌 그 누구도

묶어 끌고 다닐 수 없었네

아아!

이 흰소와 동행하는 날들이

내 생의 소풍 가는 날들이었네-흰소-

 

고난의 채찍질이

오 천년 이 땅을 치고 쳤다 한들

저 황소처럼 걸어왔나니

내 붓끝 담금질해서

시대의 장막을 뚫고자 했네.-사랑의 낙원-

 

이 세상의 붓 중에서

슬픔보다 거룩한 붓이 없는 것을 알았네

그 붓을 잡고 있을 때

험한 세상이 알몸인 아이들의'얼굴로 돌아갔네-거룩한 붓 한 자루-

 

우리 생이 미완성의 그림이듯

내가 그려야 할 그림을

다 그리지 못하고 먼 길을 가야 하네-내 그리움의 물감을 짜내어-

 

그 황소 한 마리

내 가슴을 외양간이라 했네

그 황소와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은

이 세상 어느 곳이나 천국이 아닌가

나 그 천국에서 살았네-사랑하는 마음-

 

여기 있는 나는

황소를 그리고 싶어

영혼이 다 떨어져 나가는 날

또 다른 나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있었네-여기 있는 나는-

 

황소 한 마리

내 가슴을 찢고 또 찢어

더는 찢을 곳이 없어....-황소울음소리-

 

아! 나 이다음 어는 곳에서나

이런 그림을 다시 그리지 못할 듯싶어라 -꿈의 길목-

 

나에게 붓이 든든한 중심이 아니었던가 -숨비소리로-

 

보말국 한 그릇에 우리 가족의 얼굴들이

환하게 비쳐 올 때~~

내가 그려야 할 그림의 끝이 없을 듯싶어라. -달을 건져-

 

우리 가족은 서귀포에서 보낸 시간

채 일 년이 되지 않았어도

천 년을 미리 살았었네 -서귀포에서 보낸 날들-

 

우리 가족 가슴 깊은 곳에

아름다운 지문 하나 남겨두고 가네

아내와 아이들이 이 지문 하나를 들고 오르니

낙원의 풍경이 우리 것이네 -낙원의 풍경이 우리 것이네-

 

내 가슴으로 찾아온 파도가

이 크나큰 바다를

내 붓끝에 담아

그림을 그리게 했네 -서귀포 바다가 기도 할 때 -

 

아내와 난 이 붓 하나로

그 물고기들을 물 위로 올라 살게 했네 -천국-

 

한 시절 새우등처럼 휜

생이었던 이중섭 화가의 그 마음이 저렇게

포옹의 파랗게 물보라 빛으로 돋아나

우리 마음과 하나로

포개지게 하는 서귀포 바다여 -포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