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변하는 게 절기뿐이랴.)
상해는 분명 중국인데 호화로운 그 높은 빌딩들이 중심을 꽉 채우고 있었다. 방대근은 밀정 생활을 마치고 정식 경찰이 되었다는 양치성에게 복수의 칼을 간다. 의열단 단원으로 활동거점이 상해이며 매번 목숨을 걸어야 하는 투쟁으로 수국누나와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이 방대근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윤주협과 함께 같은 배를 탄 방대근은 인천항으로 이상태는 진남포로 가는 밤배를 탄다. 김철호를 만난 방대근은 군산의 큰 누나 보름이와 손판석을 만나서 정을 나눈다. 군산의 사회주의로 물든 세태를 살피고 난 방대근은 한성행 열차에 오른다.
(17. 최초의 동정파업)
백남일은 다달이 서무룡에게 돈을 뜯기고 배가 아픈 터에 인부들의 임금을 내려서 그 손해를 충당하려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정미소 인부들이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그들은 돈을 올려 주기 전에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군산 정미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개입해서 깎았던 품삯을 다시 올리고 다시 옛 인부들을 쓸 것을 명령한다. 백남일이는 버티다가 그들의 기세에 두 손을 든다. 배을 남이 찾아갔던 고서환 선생은 근년에 발발하고 있는 소작쟁의와 노동쟁의 원인은 노동자들의 의식이 깨어 있는 것. 기업주에 대한 반감이나 적대감. 직장마다 뿌리 박고 있는 비밀조직원들의 꾸주한 활동으로 신호등이 켜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18. 그 깊은 한)
고구마장사를 다니던 박건식의 어머니 대목 댁은 늘 유달산을 바라보며 어린 손주들이 잘되기를 빌었다. 총독부의 고급 관리와 부윤과 도지사까지 행차한 시찰에서 순사들은 행상들을 걷어 차면서 정리를 했는데 고구마를 팔던 대목 댁이 뒤로 넘어가서 담 아래로 떨어졌다. 대목 댁은 점점 병이 심화되어 가고 낫지 않자 며느리한테 대소변을 다 의지하는 자신이 덜 신세 지는 방법은 덜 먹는 거라 생각하고 실행한다. 그리고 스스로 댓돌에 머리를 박아 피를 흘리면서 목숨을 끊는다.
(19. 무엇인들 못하랴.)
공허는 시집가서 아이까지 낳은 월엽을 쫓아다니며 상사병을 앓고 있는 차득보에게 중매를 한다. 남원 명창대회에 참가한 옥녀는 1등을 하고 득보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1등을 한 곡은 춘향이와 이몽룡이 첫 날밤을 보내기 직전에 불렀던 사랑가. 어엿한 소리꾼의 길이 옥녀에게 열린다. 차득보 오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배 곯지 않고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 주려 옥녀는 기생이 된다.
(20. 또 하나의 날개)
송중원과 허탁의 자취방에 박정애가 온다. 그녀는 허탁이 유부남인데 상관없이 마음에 두고 허탁은 이성적 호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월회에 소속된 송중원과 허탁. 이경욱으로 부터 미행당한다는 소리를 들고 그들을 따 돌린다. 16인이 모인 일월회. 송중원은 아버지가 사회주의를 거부하신 입잔에 대해 생각하면서 난감해 하며 사회주의 단체들을 떠 올린다. 자전거 사고로 일본 아이를 치고 합의를 보지 못한 허탁을 박정애의 도움으로 나흘만에 풀려 난다.
(21. 하와이의 폭풍)
이승만 박사가독립운동을 한다기에 농장에서 뼈 빠지게 번 돈을 바쳤는데 그는 입신출세를 위해서 그 돈을 다 썼다는 것이 아닌가. 개는 믿어도 사람은 믿지 말라는 말이 맞는가. 사람들은 많이 그에게 실망한다. 선미는 이혼하면서 생활비를 다달이 남용석에게서 받았는데 윗선인 이승만이 돈을 다 써 버린 현재에도 선미는 꾸준히 요구하 자선 미를 죽이고 본인도 조선이 가장 가까운 쪽의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22. 꺾이지 않는 꽃)
송수익 선생은 결혼 30주년을 기념하고 호박 반지와 편지를 안 씨에게 보내는데 이것이 후일 집안이 쑥대밭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송의 대종교당에 송수익과 지삼출이 가고 한법린은 연설을 심각하고 침통한 얼굴로 무사히 마친다. 중국 관헌들은 일본의 돈맛에 매수되면서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은 안전한 곳을 찾고 그들을 피해서 조심스레 다니는데 지삼출과 송수익선생도 그리 했다. 공산주의는 대종교의 적. 그러나 공산주의는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들을 속박에서 해방시키고 세계 약소국을 지지한다고 하니 설득력은 있어 보였다. 그러나 대종교와 공산주의는 끝내 합일체를 찾지 못하였고,.... 양치성의 끄나플에게 수국이가 끌려 가나 이번에는 칼로 밀정을 난도질해서 죽이고 수국이는 탈출한다. 양치성에게는 다시 가고 싶지 않기에.
(23. 삼형제)
지주 정상규. 그이 만행에 맞선 동네 사람들. 소작료 불납 운동과 강제징수를 막기로 미리 짠 그들은 삽시간에 싸움을 벌여서 쫓기는 신세가 되고, 순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러나 순사는 끝내 정상규를 내쳤다. 큰 형 정재규. 그는 미두에 미쳐서 쌀이야 논이야 전부 없애고 후일 그는 짐 한 칸만 남는 신세가 되고, 큰 형수 윤 씨는 집안의 장손 우현의 상급학교 진학을 막내 시동생과 의논을 하게 된다.
(24. 회오리바람)
이동만의 55회 생일. 차일이 쳐지고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굶은 동네 아이들에게는 한 조각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도 후에 사금광과 함께 사기를 당해서 쓸쓸하게 죽는다. 요시다의 면직으로 홀가분하게 생일을 맞은 그는 아들 이경욱과 이경재를 소개하며 만만세를 부른다. 아내의 신수점. 부귀영화를 누리고 아흔 살까지 산다나??? 과연 그럴까. 이경욱은 자태가 곱고 우아한 소리꾼을 바라보며 호감을 가진다. 한편 송수익이 보낸 편지를 발견되고 송수익의 남은 가족들은 끌려가서 온갖 고초를 겪고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25. 아리랑)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 그러나 일본인 감독을 앞세워서 활동사진은 단성사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허탁 홍명준 박정애 김명하도 상영되고 있는 아리랑을 보고 나서 술자리를 가진 자리에서 아리랑과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를 부른다. 국제공산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우리가 중국 공산당을 먼저 돕고 중국 혁명이 성취되면 우리도 도움을 받자는 취지로 허탁은 중국으로 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229쪽에서)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는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 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 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호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죽거리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자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주권을 잃은 민족의 울분과 저항의식을 자유롭고 유려한 운율의 시로서 남김없이 털어놓은 시. 빼앗은 자의 저항과 영탄,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민족적 정서의 바탕에서 성공적으로 그려낸 시.
(26. 한 곳으로 모아 지는 힘)
땅 60만 평이 구해지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송수익 지삼출 양승일 강기주는 그곳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수국이가 같이 가게 되고 나이가 든 대원들의 안정된 삶의 터전이라는 그곳은 자연히 운동기지가 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위치적으로나 도움을 준 사람은 대종교의 한법린이었다. 윤선숙은 조강섭의 결혼 요청으로 그와 결혼하고 이광민은 그 사실에 씁쓸해한다. 이광민은 유부남인데도 윤선숙과 넘지 못할 선을 넘었었고, 그리고 늘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27. 흉계와 유린)
사찰 과장은 이동만의 생일잔치에서 만난 옥비를 탐내고 이동만은 고마다에게 잘 보이려고 그녀에게 계속 돈으로 매수하려 하나 그녀는 꿈쩍도 안 했다. 천득보가 공산주의자라는 걸 알고 잡아들이는데 중죄인이라고 면회를 시켜 주지 않는 가운데 나흘 되던 날에 면회가 되고 옥녀는 고마다에게 꺾이며 오빠는 석방이 된다. 둘의 책략이 성사되는 대목이다.
(28. 피 내림은 그렇게)
보름이의 피나는 노력으로 아들 상봉은 고보에 입학하게 되었고 무주에 있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산소를 찾아간다. 보름이는 그간 그녀가 겪었던 고초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경찰서에 끌려가서 모진 고통을 당했던 송수익 안사람 안 씨는 자리 보존하고 눕고 이 집에 시집간 하엽이가 신세호는 못내 안타깝다. 하엽이의 남편 송중원은 고보 때부터 떨어져서 살았고 유학 후에도 서울에 살아서 같이 살지도 못한 상황에 이런 우환이 겹치고 하엽이 남편은 끝내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29. 대륙의 좌절)
1927년 4월 12일 장개석이 남경 국민정부 조직했는데 쿠데타였으며 국 공분 열인 동시에 중국 대혁명의 실패였다. 손문은 광동을 중심으로 협약을 진행시켰고 각지에서 모여든 조선인들은 국제연대에 의한 중국 혁명의 성공이 조국해방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장개석의 쿠데타로 환희와 열망은 산산조각이 되고 말았다. 윤철훈은 귀국하고 이광민은 잔류. 허탁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결국 돌아가기로 한다.
(30. 사무치는 그리움)
이경욱은 옥비의 그 청아한 모습에 반하고 옥비를 찾아 나선다. 죽산면의 농토의 50%를 차지한 하시모토는 흐뭇해하면서도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아들 낳은 집을 골라 가며 미역을 2~3년 전부터 주며 선심을 써 온 하시모토는 그 효과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가 망하기를 바랐고 무언가 그에게 두려운 일이 생긴 걸 숨긴다.
(31. 원인과 결과)
세 번째 조선공산당 재건에서도 그 주도권을 일본 유학생들의 단체인 일월회에게 빼앗긴 서울 청년 회계는 1년 가까이 내분을 일으키다 딴살림을 차렸다. 안종화 정도규..... 1928년이 다 끝나 가는 12월 28일 코민테른에서는 조선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조선공산당의 승인을 취소하고 재건 명령을 하달한 것이다. 조선충 독부에서는 사상운동의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으로 치안유지법을 개정했다. 기울어진 송중원의 집. 어머니의 오랜 중병. 송중원의 감옥살이. 치료비와 옥바라지로 집안이 기울 대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막내 송가원은 경성제대 의학부에 진학. 왜놈들 세상에서 그래도 간섭 덜 받고 살 수 있는 게 의사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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