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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최명희...8권(매안)

(271쪽에서~272쪽... 윷놀이 이야기)

윷놀이는 말 이름도 참 재미있다.

'도'는 도야지, '개'는 개, '걸'은 노새, '윷'은 소, '모'는 말에서 따다 붙였으니,

이것들은 모두 집안에서 기르는 가축들 아닌가.

거기다가 말이 앞으로 나아가는 순서를 또 이 동물들 몸집 크기와 달리는 속도로

정하여 웃음이 나오게 한다.

"돼지는 뚱뚱하고 게을러서 한 걸음에 한 밭만 가고, 개는 돼지보다 몸은 작지만

쌔고 빠르므로 두 밭을 가고, 노새는 개보다 체구도 크고 잘 달리는 고로 세 밭을 간다.

또한 소는 비록 걸음은 느리지만 덩치가 클 뿐 아니라 일도 잘하여 네 밭을 한 번에 갈 수 있다.

말은 일 잘 하고 기운 차고 적토마 천리마로 비호 비룡 견주오니 한꺼번에 다섯 밭을 신나게

달리는 것이다.

 

 

혼불 8권에서는 강모의 역사 선생의 말을 인용하여 역사이야기가 꽤 나오는데,

사실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지 않고서는 그리 쓸 수 있었을까?...

전주 고보의 역사 선생 심진학의 후백제부터 고려의 건국에 대한 설명.

백제의 현실과 삼국유사.

또한 작가가 성장한 전주에 대한 역사 등등..

그리고 경애왕의 잘못된 역사 이야기를 바로 잡는 작가의 역사에 대한 천재성에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천규의 난을 되새기며 강호가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의 세계를

파헤치는 작가의 긴 설명도 작가가 천재가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순전히 예전부터 역사에 별 흥미가 없던 나의 생각임을 전제로 하는데,

소설에 너무 많은 분량의 역사가 실려 있어서 이 8권이 제일 재미가 없었다.

역사 이야기는 그냥 넘어갔다가도

후에 후회할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다시 돌아와서 끝까지

인내를 가지고 읽었는데, 짜증이 났음은 물론이다.

모름지기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대중이 즐거워해야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러나 전주 이 씨 가문의 고고한 강실이가 춘복이의 아이를 가지고

춘복이의 얼치기 부인인 옹구네한테 구박을 받는 장면에 가서는 참으로 안타까웠으며,

일본에 가서 공부를 하고 온 매안 이씨 문중의 강호가 인력거를 끌고 병을 팔아서

죽도록 매를 맞아 죽어 가던 무당네와,

 춘복이에게 약값을 보태는 장면은 참으로 훈훈했으며 인간다웠다.

백정 택주가 아무리 생각해도 줄 것이 없다면서

강호에게 건넨 나무 병에 대한 이야기도 참으로 인상 깊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