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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가족. 일상

시어머님과 생일이 같은 맏며느리

              우리 시어머님과 제 생일은 같은 날입니다.            

              쉽지 않은 고부(姑婦) 간의 같은 생일을 두고 우리는 운명이라고 하는데,

새털 같은 수많은 날들 중에 어찌 같은 날 태어났을까...... 정말 운명처럼 여겨집니다.

고부가 생일이 같으니 어쩌겠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생일을 보냈습니다.

 

 

 

 

 

 

 

우리 시어머님은 종로의 한 주단집의 맏딸로 귀한 구두를 신고 가죽가방을 가지고 다녔으며,

유치원을 다녔을 정도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서울 舞鶴高女를 다니신... 당시로서는 신여성으로, 시아버님과 연애결혼을 하셨다는데,

불우한 가정형편과 가난한 군인이라는 이유로 시외할아버지께서 결혼을 정말 많이 반대하셨고,

상심한 시아버님께서 상사병으로 앓아누운 적도 있으셨다고 해요.

그도 그럴 것이....젊은 시절 시어머님은 정말 예쁘셨으며 天生女子이셨을 것 같거든요.

바느질과 뜨게질과 살림 솜씨는 제가 보아도 누구도 따를 자가 없어 보입니다.

결혼 초에는 제가 어머님께서 손수 짠 스웨터를 입고 직장에 가면 "다 어디서 샀느냐"라고 할 정도였고요.

우리 딸은 이런 할머니 덕분에  실로 만든  털옷을 사 입혀 본 일이 없어요.

 

 

 

 

 

시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것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남편과 영화 한 편 보러 가기도 눈치가 보였고, 부부모임에 가는 일도 쉽지 않았던 시절.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제가, 결혼을 하면서 제일 먼저 배운 것이 "포기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든 결혼생활로 저를 지탱할 수 없었을 때에는 정신과 문턱에도 서성인 적이 있었고,

 너무 머리가 아픈 날에는 머리에 침을  맞으면서 버틴 적도 있었는데, 저희 집 사정을  잘 아시는

 한의사는 저더러 "그저 마음을 비우라!!"라고 했었지요. 

 시집살이는 다른 게 아닙니다. 어른들과 사는 것 자체가 시집살이이지요.

 그렇게 인내하며 26년을 살다 보니 어느 사이에 제가 사위를 볼 나이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다 고부갈등을 겪겠지요?

 그러나 참고 노력하면 고부간의 갈등이 좀 줄어듭니다. 때로는 모녀처럼 스스럼없이 지내게도 되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가 친해지는 것은 별 다른 것이 없듯이 고부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다가가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서로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면 행복한 답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 우리 시어머님께서 하신 말씀 전해 드렸었지요?

"너 같은 며느리도 없지만 나 같은 시에 미도 없을 거라."구요.

오래 같이 살다 보니 운명처럼 생일이 같은 시어머님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