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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세상이야기

운명...무슨 대비책이 있겠는가?

냉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푸근하고 나이 지긋한  

동네 산부인과 의사는 수술대 위에 나를 눕혀 놓고,

자기들끼리 "낮 12시라고 했는가요?  빨리 준비하세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 딸은 1987년 2월 19일 낮 12시에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다고 했던 Y대 병원에서 2월 24일 수술을 하자고 했었는데,

급하게 동네병원으로 옮겨 온 것이다.  산전검사고 뭐고 다 무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축!! 작명"이라고 씐 00 철학관에서 지은 아이의 이름이 배달되어 왔다.

마치 큰 인물이 나올 것 처럼 이렇게 사주팔자를 만들어서 태어 난 우리 딸은, 지금 너무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나름대로 편안한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2002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의 대표작 운명.

원제는  "Sorstalansag(운명은 없다)" 헝가리어.

열다섯의 나이에 강제 수용소에 끌려간 소년 죄르지를 통해서 죽음과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린

수용소에서의 체험을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형식의 삶에 익숙해져 나 스스로 하나하나의

단계를 거쳐서 운명을 만들어 간다는간다는 것을 그는 소설을 통해서 전달하였다.

"자유가 존재한다면 운명은 없다" 이 말은 곧 나 자신이 운명이라는 뜻이라 한다.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운명을 신에게 의지하고 맡긴다.

그러나 나처럼 무신론자들은 과연 운명에 무슨 대비책이 있겠는가?

늘 운명을 납득하고자 애를 쓸 뿐이고, 결과니 인과니 하는 허울은 다 필요 없는 것이다.

단지 필요한 것은 삶에 녹아 있는 거짓 없는 현실이 중요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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