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진달래(한라산)
"유민이네 가족이 돌아왔습니다.
그간 별일 없으셨지요?
그리움이 커서 조만간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 한통의 문자는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막내 동생이 보낸 것이다.
짐 정리도 해야 하고 집도 구해야 하고 바쁜 가운데 아마 전체 문자를 보낸 것 같다.
큰 조카는 내년에 중학생이 되니 한글을 잊을 리 만무지만, 작은 조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떠났기에 한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한다.
둘째 동생네 두 남매도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보냈는데, 엄마 아빠가 공무원이다 보니
둘을 다 가르치기에 힘이 들었나 보다.
3년을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딸아이를 불러들였는데,
한국의 고등학교 2학년인 학제를 따라갈 수 없어서,
낮에는 영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밤에는 검정고시학원에 보낸다 했다.
언젠가 캐나다에 2년간 아이를 데리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의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며....
넉넉한 사람은 넉넉한 만큼 외로운 것이 외국생활이고,
없는 사람의 외국생활은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이며.
설령 소통은 될 수 있지만, 문화적인 여러 문제로 대화는 정말 어렵다면서,
그래서 친구는 부모형제 있는 국내에서의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이라 역설한 적이 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시대에, 외국 가는 비행기라고는 타 본 적이 없는 갑갑한 내가
무슨 근거로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몰라도, 1년 만에 한글을 많이 잊고 온 막내 동생집
작은 조카와, 어정쩡한 신분으로 검정고시학원에 몸 담고 있는 둘째 동생집의 조카가,
그리 안타까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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