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비를 카드로 계산해도 되나요?"
"네"
철석같이 그 말만 믿고 한 시간 정도 문상을 하고 나왔다.
그 사이 주차요금소에 앉아 있던 직원이 바뀌었고 이내 그는,
"소액 주차비는 카드계산이 안됩니다."
"들어올 때 물어보고 들어 왔는데요."
"주차비가 1000원인데 1000원도 없어요?"
"네. 1000원도 없어요."
부의금은 따로 가방 속에 잘 넣어 두었는데,
아뿔싸!! 가방 속에 지갑을 넣지 않고 문상을 간 것이다.
그날 따라 딸아이도 지갑 속에는 선불카드 딱 한 장 있었는데,
병원 안에 있는 카드 인출기에서 만원만 빼도 되겠구먼,
우리 딸은 카드계산이 안되면 차를 병원 안에 절대 안 세웠을 거라 버티고....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나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정말 난감했다.
결국 차 안에 굴러 다니던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주차요금을 해결했는데,
한동안 뒤통수가 부끄러웠다.
"멀쩡한 옷을 입은 두 모녀가, 멀쩡한 차를 타고,
그래 돈 1000원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욕을 하는 것 같아서....
"엄마!! 제가 카드 쓸 줄을 몰라 그렇게 버텼는지 아세요?
다른 은행 카드로 돈을 빼면 수수료가 얼마인데요."
?????????????
지나치게 세상사에 관대한 나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세상사에 인색하고 따지는 우리 딸도 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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