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생활**/세상이야기

"며느리는 남만 못해요."

 

 

 

지리산 .

 

 

 

 

시골 토담집에서 살 때는 담이 부실해서 아무래도 이웃의 가정사가 잘 보호되지 못했다. 아버지 직장동료인 이웃 아저씨께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밤에 아주머님을 구타했다.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나는 때때로 화가 나기도 했고, 아주머니가 구타당한 다음 날은 호기심과 궁금증이 교차하기도 했다. 조숙했던 나는 혼자 화를 삭이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여자의 인권(?)이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저렇게 아내를 때리는 걸까? 나 같으면 맞지 않고 살 거다. 힘으로 안되면 달라 들어 물어 뜯기라도 할 텐데....^^*'

 

 

 

 

 

그 후, 우리는 서울로 가족이 모두 이주를 했고,  아주머니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느리와 같이 살고 있다는 아저씨께서는   "며느리는 남만도 못해요.""그러게 성녀 엄마 있을 때 잘하지. 그렇게 때리고 못살게 굴었어요. 그래..."친정어머니 말씀에 아저씨는 이리 말씀하셨다고 한다."후회를 해도 이제는 이미 때가 늦었으나 그래도 후회가 됩니다. 잘해 주지 못한 것이..."

 

 

 

 

얼마 전, 많이 배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인 젊은 엄마가 내게 홀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잔뜩 이야기했다. 주로 재산 이야기와 제사 이야기, 시어머니가 너무 싫다면서 심지어는 60 이 조금 넘은 시어머니께서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마다 다 자기 입장이란 것이 있는데, 그는 자기 입장밖에 모르는 젊은 엄마이고, 시어머니의 입장에는 조금의 이해도 관심도 배려도 없는 며느리처럼 보였다. 세월이 흐르면 그도 우리처럼 마음이 넉넉해질 수 있을까? 아무래도 우리가 아이들 교육을 잘못 시킨 것 같다. 사회적으로 훌륭한 사람만을 키우려고 입시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지 못한 것 같다. 참으로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