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능선에서 바라본모습.
할머니의 마지막 사랑은 손주 사랑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렇게들 말을 하고 삽니다.
인생 한 번 왔다 가는 것을---한 번 죽으면 끝인 것을
꽃은 때가 되면 피고 지는 법이라고... 세상 이치라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들 말은 합니다.
외딴 작은 공원 벤치에 허리 굽은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손주를 기다립니다.
초등학교 삼 학년 손주 놈을 아침부터 기다립니다.
아비가 세 살 때 사고로 가고 에미가 먹여 살리더니,
손주가 일 학년 때 에미가 어느 사내 뒤따라 가버리고,
동네 작은 사글셋방에서 시집간 어렵다는 딸이 방세를 대고,
나라에서 생계비라고 주는 돈으로 손주와 그날그날 생계를 꾸려갑니다.
손주 오는 것 기다린다고 작은 공원 벤치에서
할머니는 오늘도 앉아서 하염없이 먼산을 바라봅니다.
할머니 생각도 세상에 한 번 와서 한 번 가는 것을
생각이야 그렇지만 할머니 죽으면 손주는 어떻게 사나?
걱정 그 걱정에 할머니는 속으로 말합니다.
썩을년--썩을 년--제 새끼는 어쩌라고--- 제 새끼는 어찌 살라고--
할머니는 오늘도 공원 벤치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봅니다.
손주 놈이 장가갈 때까지 살아야겠다는 욕심을 가져 봅니다.
아이를 두고 가시는 분 --형편이 어려워서 그랬으리라 짐작은 합니다만,
아이와 늙으신 할머니의 삶을 한 번쯤 뒤돌아 보시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인간의 삶이 자기 것이라고는 하지만 남겨둔 일도 좋든 싫든 자기 몫이 아닐까요?
<詩庭박 태훈의 해학이 있는 아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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