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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세상이야기

안타까운 사람. 사람..

 

" 2인분 포장이 있네요."

"무슨 포장??.... 우리는 포장할 사람이 없는데요."

 

 

 

 

 

얼마 전에 사위를 본 친구가 일산 동창생 모임에서 저녁을 샀는데,

열일곱 명이 모여서 먹은 음식값은 어림 잡아도 백만 원은 나왔을 거라고 했다.

얇게 저민 소고기는 모처럼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였고, 그래서 밥은

적게 먹고 고기만 많이  먹고 왔다고 하는데...

계산대에서 포장 2인분이 있다고,,,, 그런 사람이 없다고 실랑이하는 사이에,

저 쪽에서 슬그머니 "내가 포장을 해 달라고 했다"고 나서는 친구가 있었단다.

아무리 세상 물정에 어두운 남자들이라고 해도 모두 다 아연실색을 했다는 후문.

 

 

 

그 포장을 해 달라던 친구는 내가 결혼할 때 우리집에 함을 가지고 온 사람이며,

우리 결혼식의 사회를 본 사람이다.

그의 아내는 아주 통이 큰 사람이었다.

두  아들이 다닌 서울의 유명 사립초등학교의 어머니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활발하며

치마만 둘렀지.  남자처럼 호탕했으며, 

그러면서도 꽃꽂이 강사에, 요리사였던 그녀는 내가 보아도 매력이 있는 여자였다.

아들 둘을 낳았는데 늦둥이로 딸을 두었으며, 호텔에서 돌잔치를 하며 여유롭게

살던 그들에게 요즈음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린다.

 

 

 

아내와 별거에 들어 갔다는 그는 어찌 된 일인지 안산의 월세방에 살고 있으며,

도가 지나치게 좋아하는 술은, 급기야 모임마다 얻어먹으러 다니는

수준으로 전락하였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음악에 천재성을 보여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사업도 그런대로 잘 이끌더니 지금 백수로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하며,

아마도 소고기의 포장은 집에 가져 가서 먹을 요량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 모임이 있던 날,

친구에 대한 생각으로 남편은 밤새 많이 괴로워했다.

아까운 사람.

참 안타까운 사람.. 사람이다.

부디 그 친구에게 상황을 극복해 갈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기를.

도약의 기회가 하루라도 빨리 당겨지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