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씨가 쓴 이 소설은 큰딸, 큰아들, 남편, 엄마, 다시 큰 딸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아주 어린 나이, 초경을 치르기 전 아버지께 시집을 온 어머니 박소녀는
방랑벽이 심했던 아버지 대신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밭농사, 누에고치 치는 일, 누룩과 두부를 만드셨다.
식물과 동물을 잘 키워서 집안을 번성시켰고,
남매들도 잘 키웠다.
큰 아들은 건설회사에, 큰 딸은 작가에, 작은 딸은 약사가 되었지만,
각자 나름대로 자기 생활에 바쁘다.
한평생 고된 삶을 산 어머니가 유방암과 뇌종양을 앓으셨고,
급기야 사고력을 잃은 어머니는 전철 플랫폼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친다.
가족들은 그제야 비로소 어머니에 대한 과거를 떠 올리며 어머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깨닫는다.
"잃어버린 지 구 개월 째다.(297쪽)"은 어머니께서 아직 생전에 계신 사람들에게
효도할 기회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라는 무언의 표현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돌아 가신 우리 어머니는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이셨으나 참으로 현명하신 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구비구비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홀어머니에 외아들과 결혼하신 어머니는
삶 그 자체가 희생과 고난. 아픔이었건만,
네 딸들은 지식을 많이 쌓아서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던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가슴이 아리며, 어머니에 관한
책을 접할 때마다 다하지 못했던 효도가 정말 후회가 된다.
주어진 운명을 묵묵히 견디며 사셨던 돌아가신 어머님이
이 밤 너무 보고 싶다.
나도 역시 한 아이의 엄마이다.
내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도 아깝지 않고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혹 먼 훗날 우리 아이가 내 엄마는 늘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살았다고 하면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
나는 힘들고 어려웠어도 너로 인하여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았노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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