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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책...책...책

"도시살이의 여백"을 읽고

 

 

 

 

     

 

 ..... 사랑한다고 썼다.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썼다. 밤이 주는 야릇한 감성의 도움을 받아서

평소에 해 보지 못했던 말들을 용기 있게 썼다...... 아무리 읽어 보아도 너무 달콤하다,

용기 대신 만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154쪽에서......

 

 

 

 ....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아니 이미 많이 배웠다. 이제는

실천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우리가 서로의 아낌이 얼마나 간절하고 큰 것인지를

잘 모르는 것은 '표현이 없는 아낌'으로 인한 것이리라.

사랑한다고 해야겠다. 많이 사랑한다고 해야겠다.

그리고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는 말도 곁들여야겠다.

곁에 있을 때 더 많이..... 220쪽 폴란드 일기

 

 

 

 .... 설거지를 하고 쌓였던 뒤꼍 청소를 말끔하게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정갈해진 듯하다.

                                                      집에 돌아와서 말끔해진 뒤꼍을 보고 환하게 웃을 

                                                                 아내를 생각하면처럼 행복해진다.

                                                                                                                 140쪽에서.... 

 

 

 

 

 

 

최근 한 작가는 부부관계를 처음에는 열정으로 물불 못 가리는 romanticism으로  팔베개를 하고 자는 시절로 정의했으며, 자녀가 생겨서 부득이 출근과 양육 때문에  따로 자야 하는 현실적인 realism에 접어들었다가, 노년에는 그저 연민으로  무슨 일이 있을 때 손이라도 잡아야 하는 humanism Period에 이른다고 했다. 부부관계 참 가까운 사이이다. 사랑은 운명이나 감정이 아니라, 어찌 보면 책임과 의무라고 할 수도 있다.

 

 

 

 

하림 님은 책임과 의무를 가진 따뜻한 가장이시며,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책 전체에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다. 이런 남편을 가진 분은 얼마나 행복할까. 지갑 속에 든 복은 누구도 훔쳐 갈 수 없다고 하던 옛 말이 생각난다. 너무 부럽다. 하림 님의 책을 붙잡는 순간부터 나는 무서운 속도로 이틀에 걸쳐서 다 읽었다. 잔잔한 일상 속의 아름다움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했다. 어머님의 아들, 두 아들의 아버지와 남편, 도시살이의 여백인 텃밭 가꾸기. 법인 설립차 폴란드에 나가서 쓴 폴란드 일기. 사회생활을 그린 살며 생각하며... 미사여구가 없는 글 속에 비친 작가님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분이시다.  이 시대의 최고의 지성인이며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을 지닌 분은 아닐까? 여유는 단순함과 부지런함에서 온다는 작가의 삶을 오늘부터라도배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