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성인이 된 지 꽤 오래 되었으니, 우리 집 다섯식구는 이런 날 다 자기 스케줄 대로
움직이고, 그저 나처럼 평소 일에 지친 사람은 아무도 상관없이 푹 쉬면 되었다.
공통된 행사가 따로 없으니, 각자 생각대로 .....
어제는 컴도 한번 열지 않고 입도 몸도 모처럼 푹 쉬었다.
저녁에 마포농수산물 시장에 잠깐 장을 보러 갔는데, 대한민국의 자동차와 대한민국의 사람은
다 그 곳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아예 낮에는 자동차 자체가 시장에 진입을 못하였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을 했는지,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월드컵공원에.....평화의 공원에.....노을 공원에..... 하늘공원에.....
세계가 보고 간 이 곳에는 평일에도 현장학습을 온 학생들과, 때때로 프로축구가 열리는
날에는 서둘러서 집에 가지 않으면 도로가 막혀서 가지 못하는 곳인데 오늘처럼 이름이
있는 날에는 오죽하랴!!
시장바구니를 든 나는 영락없는 이방인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등에 자식이라는 짐이 없었더라면, 그나마 세상을 바르게 살지
못했을 것 같다. 늘 조심하면서 성실하게 살려는 노력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아이라는 짐은 늘 남에게 나를 낮추게 하였고 소박하게 사는 방법을 일러 주었으며,
남의 고통을 함께 할 수 있게 깨닫게 해 준 귀한 하늘의 선물은 아니었을까....
사랑과 용서를 가르쳐 준, 태만하고 게으름에서 벗어 나게 해 준 장본인.
아이라는 짐은 누구나 연습없이 시작한 삶에 나를 적응하게 했고, 크게 보면 나를 키운
스승 같은 존재라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리고 반성도 해 본다.
어른임을 핑계로 아이에게 내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았었는지....
인생의 생활계획표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자부하면서 아이의
희망과 소망을 꺾지는 않았을까?
엄마가 지나치게 아이의 인생에 개입해서 몸만 커지고, 사고방식은 크지 못하게 했는지.
내일을 경험하지 못해서 반복되었던 삶의 시행착오 속에서 아이가 희생되지는 않았었을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이 흐르고 있다.
무모하기 이를 데 없었던 엄마의 교육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잘 자라 주었고,
그래서 사회에 올 곧게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에게 오늘은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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