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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가족. 일상

제주생활 8개월의 기록

 

길을 건너다 문득 만나게 되는 시간들.

처음 떠난 곳에서 얼마나 멀리....

작정을 했던 곳에서 또 얼마나....

둘러 보면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그러나 또 다시 우리는 다음 거리를 향한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2021년 10월 5일 제주로 이주해서 10월 9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올레길 8코스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짐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요? 처음 걷기 시작할 때만 해도 완주라는 것은 개념조차 없었고, 상상도 하지 못했지요.. 제주를 걸어서 한 바퀴 돌았습니다.가파도 우도. 추자도 3개의 섬까지. 한 코스 한 코스를 다녀올 때마다 빨강색을 칠했어요. 지도에 색을 칠해 나가는 것도 동기부여가 되었답니다.

제주올레여행자센터의 완주인증증서. 제주올레 26코스 425km. 참고로 서울 부산간 직선거리가 450km라고 하니, 생각해 보면 대단한 길을 3개월 동안 걸었습니다. 남편의 병원생활과 로사가 서울 집에 다녀 온 날을 빼면 거의 2개월만에 올레길을 완주한 셈이지요.

제주에 와서 처음 만난 로사는 남편의 친구 부인. 올레길 26코스를 함께 한 친구인데, 소위 말하는 코드가 맞는 친구였어요. 학교도 같은 해 졸업했고, 동시대를 거쳐온 친구로 몇 십년 지기처럼 손발이 맞았으며, 열정도 종교도 같았습니다.

 
제주도 지도를 사왔냐구요? 컬러 프린터기로 네이버 지도를 복사해 조각조각 뽑아서 붙인 것이예요. A4 용지 45장이 들었구요. 약 가로 2m40cm, 세로가 1m50cm의 지도입니다. 지도의 크기가 상상이 가시나요?  
 
 

거실에 붙여 놓은 이 지도는 방에 있는 지도 보다 훨씬 작습니다. A4용지 15장. 가로 1m20cm, 세로 75Cm...빨강 스티커를 붙여 놓은 곳은 우리가 다녀 온 오름들인데요. 제주에 368개의 오름 중  80개 정도 다녀 왔답니다.

제주특별자치시도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에 있는 조수공소. 천주교 순례길(총 68km)은 올레길과 많이 겹쳐요.제주교구 카톨릭순례길 6 코스의 길을 완주하면서 예수님의 가시밭길을 많이 떠 올렸습니다. 

제주올레길에 속하지 않은 서귀포 하영올레 3길(총 22.8km)은 서귀포시에서 개발한 서귀포시내 올레길이랍니다. 이 길도 이틀에 걸쳐서 3코스의 길을 완주했지요.

제주 출신인 제주우리병원 원장 선생님께서는  "아니.... 제주에 뭘 볼 것이 있다고 2년이나 살아요?" 라고 했고, 본당에 오셨던 젊은 신부님께서 성산에 가서 강론 기회가 있으셨는데,  "성산일출봉에 오른 교우가 있으면 손을 들어 보라" 했더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사물을 어떻게 바라 보느냐...어떤 환경에 처해 있느냐...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관점의 차이는 매우 큰 것 같아요.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한데 말이지요.

오늘 영화  "빛나는 문"의 순간 촬영지인 제주 효명사에 있는 "천국의 문"에 다녀 왔거든요. 아침에 누리장나무를 포스팅 하신 블친 물소리님께 댓글 남기고 나왔는데, 516도로에서 신기하게도 누리장나무를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