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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2020-60)

공지영 장편소설

오픈하우스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세 여자. 혜완.... 직장문제로 남편과 싸우던 중 아들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여 이혼. 영선.... 남편과 영화 공부를 위해서 유학을 다녀왔다. 다녀온 후 그녀는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린다. 경혜...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한다. 자살시도 후에 정신과 치료를 받던 영선이 급기야 신경안정제 과다복용으로 죽게 되고, 절에서 영선의 장례식 후에 혜완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불경의 구절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다 읽고 난 후에 나는 이 소설이 자전적 소설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공지영 작가 역시 3번의 이혼과 각기 다른 성을 가진 세 아이의 어머니이다. 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작품에서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폭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혜완과 영선, 그리고 경혜는 대학 시절 페미니즘 이론을 받아들이며 주체적인 삶을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결혼 이후에 현실적인 사회의 제약 앞에서 상처를 입고 무너지지. 공지영 작가는 본인과, 또한 평범한 여지들의 삶 속에서 90년대의 여성 현실을 고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삶의 자세를 제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본문 중에서)

15쪽 불행이 무엇인지 모욕이 무엇인지, 생이라는 게 얼마나 불가사의하고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지  느껴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그들에게는 내 말을 들을 귀가 있을 거야.

28쪽 혜완 영선 경혜... 그들은 대학 1학년이었고 그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 방송국의 단 세 명뿐인 신입 여학생 아나운서들이었다.

66쪽 죽을 용기가 없으니 이제 맞서야 하는 건 아닌가.

가서 담담하고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건 아닌가.

102쪽 남자와 여자의 이해심도 사랑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237쪽 베티 프리단, 로자 룩셈부르크, 시몬느 베이유, 혹은 클라라 제트긴,

그도 아니면 프리드리히 엥겔스.... 그녀들을

열광시켰던 혹은 다방에 앉자 토론하게 만들었던 여성 해방 이론서들....

255쪽 남녀 간의 사랑이란 건 아무리 길어야 삼 년이면 끝난다.

그 나머지는 모두가 인고의 세월이란다.

306쪽 적어도 영선에게 시간들을 그렇게 그녀의 아름다운

부분들을 갉아먹으며 뜯겨 나간 것처럼 보였다.

335쪽 넌 결국 여성 해방의 깃발을 들고 오는 남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에 불과했던 가야.

336쪽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었다면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 전에 스스로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