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책을 두 번째 읽었습니다.^^
소설 속의 어머니는 17세(1938년)에 빨치산과
토벌대의 밤낮이 뒤바뀔 때 휴전 직후의 혼란기에 "너"의 아버지와 결혼합니다.
이름은 박소녀.
글을 배울 틈도 없이 캄캄한 세상을 살았던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큰 품으로 남편과 자식들을 챙기고 품었으며,
한 해 6번의 제사를 감내하며 사산한 어린 생명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시동생 "균"의 죽음과 남편의 무관심과 출분을 견뎌야 했어요.
평소 습관처럼 J읍에서 올라와서 서울역 지하철역에서 먼저 걸음을 재촉하던 "너"의 아버지를 잃어버리는 데서 소설은 시작되는데요. 자식들과 남편은 박소녀 할머니를 잃어 버리고 나서야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아내를 잃어 버리고 빈 집으로 돌아와 이틀 밤 사흘 밤을 잠만 잤다. 아들 네 서는 잠이 오지 않아 밤이 되어도 눈만 감고 있었다. 아버지 당신은 이제사 아내가 장에 탈이 나 며칠씩 입에 곡기를 끊을 때조차 따뜻한 물 한 대접 아내 앞에 가져다줘 본 적 없다는것을 깨달았다.(본문중에서)
신경숙이 들려주는 한 가족의 고해성사는 엄마를 한 번도 그녀가 지닌 인간의 존엄 위에서 대하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요? 평생을 가족에 대한 헌신과 배려의 고단하고 고단한 노동으로 채워 온 엄마를요. 그러나 정말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요? 유행가 가사 속의 어머니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을 못 드시는 분이라고 그리 생각하지 않았나요? 저도 그렇고요. 아마도 우리 모두는 한없이 자책하며 우리의 죄를 고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 개월 째이다"로 시작되는 소설의 에필로그에서 "너"가 벼락처럼 만나게 되는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상은 어디에 있다가 나타나 마치 엄마가 돌아온 듯한 깊은 위로와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의 탄식 어린 갈구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남깁니다. 결국은 찾지 못한 어머니. 미켈란젤로가 죽음 직전까지 조각하다 미완성으로 남긴 또 하나의 피에타 상이 있다는 것을... 그 상을 보면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는 갈구를 하며 그에게 의지하며, 소설을 끝맺습니다.
돌아 가신 제 어머니는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이셨으나 참으로 현명하신 분이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구비구비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홀어머니에 외아들과 결혼하신 어머니는
삶 그 자체가 희생과 고난. 아픔이었건만,
네 딸들은 지식을 많이 쌓아서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던 정말 훌륭한 분이었지요.
생각해 보면 가슴이 아리며, 어머니에 관한 책을 접할 때마다 다하지 못했던 효도가 정말 후회가 됩니다.
주어진 운명을 묵묵히 견디며 사셨던 돌아가신 어머님이
이 밤 너무 보고 싶어요.
아직 어머님이 살아 계신 분은 손 한 번 따뜻하게 잡아 주시고 같이 계시지 않는 분은 오늘 전화 한 번 해 드리세요.
내가 조금 덜 쓰더라도 자주 용돈도 드리세요. 저처럼 후회하시지 마시고요.
저도 역시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내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도 아깝지 않고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혹 먼 훗날 우리 아이가 내 엄마는 늘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살았다고 하면 저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저도 힘들고 어려웠어도 너로 인하여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았노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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