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 3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명량" "허삼관" "1번가의 기적"
그중에서 코믹하고도 남의 자식이지만 피를 나눈 부모보다 더한 사랑으로
키운 허삼관의 이야기를 옮겨 보았습니다.
한국전쟁 끝자락, 순박한 청년 허삼관(하정우)은,
마을에서 눈에 띄는 미모의 여성 허옥란(하지원)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녀에게 이미 다른 남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패기있게 밀어붙여 결혼 승낙을 얻는다.
청혼에 앞서 그동안 모은 돈에 병원에서 피를 팔아 자금을 더한다.
11년이 지나 세 아이 아버지로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사는데 평지풍파가 일어난다.
첫째 아들 일락(남다름)이 아내의 첫 남자 하소용의 아이라는 사실.
작은 동네에 퍼진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행복한 가족은 절대 위기에 빠진다.
남의 아이를 키워온 허삼관은 분통이 터져 옥란을 타박하고 일락을 밀어낸다.
일락이 다른 아이를 크게 다치게 해 배상해야 할 땐 더 심해진다.
게다가 일락이 뇌염에 걸려 생명이 위독해지는 상황에 닥치자 큰 결단을 내린다.
원작만큼 영화 속 사람들은 찢어지게 가난하다.
피를 팔아 생계를 때우는 위험한 돈벌이가 횡행할 정도니.
하지만 영화 중반까지 그런 현실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매혈 과정이 코믹하다.
가난의 그림자보다 친부의 존재를 둘러싼 공방 속 심한 뒤끝을 보이는
허삼관의 모습이 아이러니한 웃음을 선사한다.
문제는 후반부다. 배우 하정우의 연기력과 달리 감독 하정우의 역량은 전반에 모두 소진됐다.
일락의 병원비를 마련하려 목숨을 걸며 연달아 피를 파는 과정은 답답하다.
피를 쥐어 뽑듯이 가족의 희생과 감동을 억지로 짜내 불편하다.
원작에 강한 애정을 표했던 ‘감독 하정우’였다.
그러나 후반부 결말은 원작의 힘에 훨씬 못 미친다.
1950~60년대를 정감 있게 재현한 미장센의 힘,
눈에 띄는 앵글과 원작을 잘 살린 명대사,
재주 많은 배우들을 캐스팅해 펼친 균형 잡힌 연기 등 칭찬받을
연출을 뭉개버린 끝마무리는 너무 찜찜하다.
하지만 원작의 ‘국수’를 대체한 따뜻한 만두는 계속 떠오른다.
보릿고개로 굶주린 아이들에게 방안에 누워먹는 상상만으로 군침 삼키게 했던 만두.
피를 판 돈으로 온가족이 허기를 때운 그 만두다. (다음 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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