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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책...책...책

태백산맥(2)...제 1부 恨의 모닥불

 

 

'혁명의 최대의 적은 센티멘털리즘이다'

염상진의 웅변이 그를 채찍하고 있었다.

자식이 부모의 안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도 센티멘털리즘일까.

(177쪽.  안창민이 자신의 집을 지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동물이란 무엇인가. 굶주림 앞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일 수 있는가.

동물과 다름은 무엇일까. 시한부적 배고픔도 이리 견디기 어려운데 연속적인 굶주림은

얼마나 큰 형벌인가. 가난한 사람들. 아무리 몸부림쳐도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짜인 사회구조에 얽매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인내심이 강한 것은 아니다.사회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소수 부류들이 그만큼 철두철미하게 잔인한 것이다.

(232쪽. 김범우가 말먹이 깻묵을 훔쳐 먹고 들켜서 매타작을 당하고 열흘을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

 

 

 

강동식의 아내 외서댁이 염상구에게 겁탈당하고 어린 자식들을 보며 울던 이야기.

하대치 아내 들몰댁이 남편보다 더 믿고 의지했던 시아버지를 잃고 가슴 아파했던 일.

소하와 정하섭이 이복남매인 줄도 모르고 서로 사랑하는 일....

어쩌면 공산당을 찾아 간 남편들을 대신해서 더 큰 고통 속에 살아 가는 여인들의 삶도

참으로 기구했고 안타깝기만 했다.

 

 

 

이 소설을 보니 소작인들의 삶은 정말 앞이 안 보이는 터널 같은 생활이었다.

일본인들과 지주들이 그들을 그렇게도 핍박한 형편으로 몰았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론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정했는지는 모르겠지....,

해방이 되었어도 신분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나 평등은 멀기만 했고,

더구나 그토록 자신들을 괴롭혔던 친일파들은 오히려 미국이란 더 큰 힘을 등에 업고 극성을 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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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 남았던 기대인 땅의 무상분배에는 북쪽에서만 하고 남한에서는 유상분배를 한다고 하니

얼마나 허탈하고 분했을까?  그러니 민중의 손을 들어주고 진심으로 자신들의 편이 되는

산당을 지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염상진이나 하대치 등 대표적인 공산당들의 삶이 조상대대로 노비나 소작인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 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이 컸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