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에 서울에 입성한 나는 한 차례도 이 도시를 떠난 적이 없다.
분명 나는 도시적인 삶의 코드를 가지고 사는 사람일 게다.
엊저녁 늦게 오신 어머님을 혼자 가시게 할 수 없어 동행을 했었고,
아침 9시에 서울의 집을 떠났다.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고양시 경계인데,
나는 집에서 이곳까지 걸었다.
한 20분 쯤 걸었을까?
예전에는 "동물의 난치병을 치유해 준다"는 동물병원이 있었는데 건물을 헐었고,
한 고개를 넘으면 애견을 파는 곳도 있었다.
유난히 사나운 견종. "미니핀"...
우리 집 아롱이를 생각하면서.
아카시아 향이 진동한다.
오늘은 5.18 민주화 항쟁이 일어난 지 꼭 32년이 되는 날.
32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 날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익숙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면서, 갑자기 뒤틀린 심사로 가슴이 아프다.
억울하게 비명에 간 영령들을 위해 잠깐 기도를 했다.
영원히 그 혼란스러움을 치유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오늘따라 앞 다투어 광주로 몰려 간 정치인들이 더 가증스러워 보인다.
눈처럼 하얀꽃.
찔레꽃.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난다.
유난히 모진 세상을 사시다 간 어머니.
찔레꽃 피던 5월에 이 세상 소풍을 마치신 어머님.
찔레꽃에서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의 향기가 묻어 난다.
이제 나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로 걸어서 들어가고 있다.
멀리 보이는 한국항공대를 보면서...
화전 패션 로데오 거리를 지나서....
담쟁이넝쿨이 너무 예쁜 벽을 바라보며 작은 고개를 넘는다.
화전역 꽃집 앞에서 만난 이름 모르는 꽃들.
사람이 꽃들에게 공존을 청하겠지?
물도 주고 가꾸면서...
아름다운 꽃들에 잠시 넋을 잃는다.
집에서 이 꽃집 앞까지 걸어오는데 1시간 8분이 걸렸다.
더 걷고 싶지만 내일도 걷고...
모레도 걷고...
주~욱 걸을 것이므로 오늘은 여기에 미련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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