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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가족. 일상

간이역 백마의 추억

 

 

 

신촌역에서 교외선을 타고 갔던 백마역...

경의선 열차 안.

미팅에 나선 대학생들이 이미자씨의 "섬마을 선생님"을 개사해서 탬버린을 두들기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요.

"열 아홉살 s대생이 순정을 바쳐 사랑한 남학생은 서울 ㅇ대생"....

 

 

 

 

철로길 옆에는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연인과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그래서 연인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철로에 귀를 대는 연출을 하며 깔깔대던 곳.

"10시에 끊기는 마지막 열차를 타라"고 확성기 대고 고함 치던 역무원 아저씨.

막걸리를 먹는데 돈을 다 날린 어느 대학생은 신촌을 향하여

 밤새 이 철길을  걷고 또 걸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와 낭만이 서려 있는 곳.

일산이 개발되기 전에 이 백마역은 한적한 시골의 예쁜 간이역이었습니다.

 

 

 

 

 

작은 항아리에 조롱박 동동 띄워 나오던 막걸리와 동동주.

파전에 오징어 볶음. 무한리필의 김치.

주인도 객도 없었던 그 곳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우리만이 있었습니다.

독재정권에 억압된 젊은이들의 인생이 있었고,

꿈과 장래가 있었던 곳.

젊은 날의 고뇌와 객기가 유감없이 발휘 되었던 곳이었지요.

 

 

 

 

 

 

 

제가 지금 사는 마두동에서 백마역으로 걸어 가고 있는 중이예요.

집에서 한 20여분 걸었을까요.

지난 날 논과 밭과 산이었던 백마역 근처가,

1990년대 일산 재개발로 인하여

이렇게 깨끗하고 질서 정연한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 벽면에 "백마"라고 씌여 있지요?

 

 

                                                                        

 

 

 

 

라이브 가수 강산에 덕분에 그 이름을 더욱 날렸대요.

전원카페의 원조. 화사랑.

주인장은 홍익대학교를 나온 미술학도인데, 처음에는 자신의 화실을 백마로

옮겨서 전시회도 하고 세미나도 열다가...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이 모이는 카페가 되었다고 합니다.

화사랑의 안주인은 일본인으로 수필 "나오미의 깜장고무신"으로 유명한 나오미씨인데요.

이 곳에 가면 그녀가 반겨 준다고 하지만,  그냥 밖에서 사진만 담아 왔어요.

백마역에서 문산 쪽으로 조금 걷다가 오른쪽 철로를 걸으면, 새로운 풍동의

카페촌이 형성되어 있었는데요.

당연히 옛날의 향수를 느낄 수는 없었으며,

 "화사랑" "썪은사과" "고장난 시계"등의 옛 학사주점과 카페가 그리웠습니다.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습니다.

그 당시 친했던 선배 한 분은 벌써 고인이 되었고,

 우리가 낳은 자녀들은 벌써 그 나이를 훌쩍 넘었습니다.

길은 멀고 험했지만 두려워하지 않았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지만 희망은 있었습니다.

인간냄새가 나던 정 많고 따뜻했던 젊은이들.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그들이 오늘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라는데요.

옛날에 가졌던 희망과 열정만은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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