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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세상이야기

여든 살 할머니의 자살

 

 

 

  시외 할머님께서 위암 투병 때의 일인데, 너무 고통이 심하시면,

"차라리 나를 죽여 달라"라고 호소한 적이 많으셨단다.

방 네 귀퉁이를 헤매셨다니 얼마나 큰 고통이셨을까...

아파 본 일이 없는 사람이 그 고통을 알 수 있을까?

그런 시외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내가 뒷산에 있는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하고 싶어도 너희들에게

 자살한 어미의 아들 딸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지 못한다"

 

 

 

우리 아파트는 1000세대가 사는 서울에서 비교적 대단지 아파트인데,

이 아파트 전체가 들썩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108동에 사셨던 여든 살의 할머니께서 12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자살을 하신 것이다.

앰뷸런스가 와서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 갔고, 달려온 경찰들은 이른 아침 몰려든 사람들을 해산시키며,

자살 원인을 알아 내려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할머니의 자살 사건은 일요일 새벽에 아파트 이웃들의 단잠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경비 아저씨 말로는 며느리와 말다툼 끝에 그러하셨다는데,

나는 그 사연을 잘 알지도 못하고 또 알고 싶지도 않다.

얼마나 화를 참기 어려웠으면 12층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지셨을까....

그러나 또 한편 살아남은 며느리와 아들은 어찌 살까? 또 같이 살던 손자 손녀들은....

며느리가 적어도 50 이상의 나이를 먹었을 텐데... 그렇게 할머니를 꼭 자살로 몰았을까? 

 혼자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보았다.

나도 시부모님과 25년을 살았는데, 양쪽 누구의 잘못도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뿐이다.

 

 

 

배우 차인표는 자신의 소설  "오늘예보"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에 자살이라는 단어는 없다"라고 삶의 존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치를 보인다고 한다.

우울증, 죽음의 공포, 인생의 허무함, 외로움, 수명연장에서 오는 안타까움 등등이 자살 원인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서로가 기대어서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또한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것 역시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이다.

누구나 다 외롭다. 서로의 가슴에 다리를 놓고 있는지... 벽을 쌓고 있는지...

나 자신부터 오늘 깊은 반성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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