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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세상이야기

[스크랩] D의 요리일기, 첫 페이지를 열다..`카츠나베`만들기,090606

 

 

 

 

 

 

 

2009년 6 월 4 일,

상윤과 내게는 앞으로 살아가는 날 동안 절대 잊을 수 없는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 근처 'WELL COOK 요리학원'의 '취미요리 반'에서

첫 수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마음 먹고 돈과 시간만 내면 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모자가 이 학원으로 오기까지 그리 수월치 않은 과정을 겪어야 했다.

 

 

상윤이는 중학교 3 학년때부터 본격적인 '사회전환 교육'을 받고 있다.

모든 면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받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학교 과정을 끝마치고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 장애인들에게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교육과 훈련을 받는 것을 일컬음인데,

지금의 현실적 상황에서 볼 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실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사회전환교육'이라는 이슈를 내가 처음 접한 것은

아들이 초등학교 4 학년이던 2003 년 '중앙대학 부설 복지관'에서 행해진 부모교육을 통해서 였다.

 

 

 

 

                              마트에서 돈까스 용 등심을 구입한다...'두께 2 센티미터요."라고 정확하게 주문..

 

 

 

                                             야채청과 판매과장님으로 부터 '맛있는 무' 고르는 방법을 배우고...

 

 

 

                   체크리스트를 들고 마트와 '전문 식자재 매장'에서 구입할 것을 체크해 가며 사고 계산을 기다린다...

 

 

 

                                    구입한 물건을 차 트렁크에 넣고...평소에 워낙 단련이 되어서 자동모드다...

 

 

 

                           마트에서 팔지 않는 일식재료들을 사기 위해 근처의 '전문매장'으로 가서 물건을 고르고 계산한다...

 

 

 

                                      '젖은 빵가루', '가츠오부시',등이 굉장히 양이 많아 소포장을 찾았으나 불가능...

 

 

 

                       집에 있는 재료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드디어 재료 손질 시작...!

양파를 몇 번 까다 보니 능숙한 손짓..

 

 

 

식탁의자를 치우고 식탁을 학원의 조리대처럼 변신시켰다.

 학원에서 하는 것처럼  재료와 조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조직적으로 배치하고 관리하도록 연습하면

상윤이는 규칙 대로 효율적으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본 남편조차 '여기가 학원이냐?'라고 묻는다..하하

 

 

 

'상윤이는 요리사!!'

 

 

 

                         가스레인지 옆에도 조리하기 편리하도록 재료와 기구 배치..

계란 프라이나 라면 끓이기 등은 중학교과 고등학교의 특수학급에서 요리실습을 여러 번 했었고,

집에서도 상차리기, 식사 준비에는 적극적으로 동참시키다 보니 '맹탕 새댁'보다 훨씬 낫다.

깔끔한 성격처럼 일손이 느리긴 하지만 정확하게 일을 해낸다..

주방보조 아르바이트 해도 밥은 너끈히 얻어먹겠다..

 

 

 

                                                              가츠오부시 국물 내기 위한 재료들..

 

 

본격적으로 돈까스 만들기...

먼저 계란을 깬다..쓰레기 담을 그릇을 미리 옆에 준비하는 센스도 함께 가르친다.

 

 

 

              계란을 젓는 법도 선생님께 배운 대로..

가로세로로 재빠르게 저어 알끈을 끊어야 골고루 계란물을 묻힐 수 있단다..

 

 

 

                                                                                  접시에 밀가루 담고..

 

 

 

                       고기 손질.. 등심을 둘러싼 흰 막을 잘라낸다...

                      고기 아깝다고 얇게 자르라며 내게 잔소리한다..

                       오인 분이라서 양이 꽤 많다.

 

 

배운 대로 잘도 한다..

칼등으로 가로,세로, 사선으로..

뒤집어서도 두드리고...

힘이 얼마나 좋은지 고기가 점점 얇아진다.

 

 

 

                                                                     두드린 고기를 반 가르고..능숙한 칼질..

 

 

 

                                                    밀가루 골고루 묻히고..여분의 가루를 털어내고..

 

 

 

                                                            밀가루 묻힌 나긋나긋한 등심...오인분..

                                                       나는 아무리 두드려도 아들처럼 넙쩍해지지 않는다.

 

 

 

                                                                                  계란물 묻히고..

 

 

 

                                              빵가루 묻혀 곡꼭 누르고 다시 묻혀 누르고...힘 좋다~

 

 

 

                                                                                    빵가루 묻힌 고기...

 

 

 

포도씨 기름으로 튀기기로 했다..

칼로리가 높아서 평소에 튀김요리는 전혀 하지 않고 구이나 찜을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도 몸에 덜 해로운 포도씨유에 튀기기로 했다.

사먹는 것 생각하면 그래도 싸다..^^*

 

 

 

 

튀김에 적당한 적당한 온도를 맞추는 법 가르치려 나무젓가락을 집어넣고

기름방울이 젓가락 둘레에 보글보글 맺히기 사작하는 것을 보여주니

신기해서 난리났다..

 

 

 

 튀기는 것은 할머니 댁 부엌으로 옮겨서 했다.

한 면이 노릇노릇하게 익자 뒤집어서 꾹꾹 찔러가며 골고루 튀긴다..

제법 능숙하게 해낸다..옆에서 뽀뽀해 주고 싶은데 뜨거울까 봐 겨우 참았다..ㅎㅎ

 

 

 

잘 익은 돈까스가 하나씩 쌓이고..

 

 

 

단 음식을 싫어하시는 부모님께는 돈까스 정식..

두부를 깍둑썰기해서 끓인 일식 된장국을 곁들였다. 

 

 

 

드디어 완성..!!

이 그림의 돈까스는 요리학원에서 만들어 온 것을 집에서 세팅한 것이다.

돈까스를 가지런히 썰어 접시에 담고  오른 쪽에 있는 덮밥소스를 부어내면 '가츠나베'가 된다.

냄비에 물과 손질한 다시마를 넣어 팔팔 끓으면 불을 끄고

국물내가용 가츠오부시를 손끝으로 한 줌 넣어 5~10분 있다가 걸러내면 가츠오부시 육수..

육수에 간장 2 T,설탕 1T, 맛술1T,소금,후추로 간하여 프라이팬에 끓여

 썰어놓은 양파와 팽이버섯을 넣고 숨을 죽인 후 실파와 달걀물을 넣고 익히면 '덮밥소스'

완쪽 아래 접시에는 메밀국수용 야꾸미(손질한 무, 실파, 무순),

 오른쪽 보울에는 메밀국수 장국(가츠오부시 육수 1C,간장2.5T,설탕 2/3T, 미림2 T)..

 

앞으로 수업 중에 배운 요리들을 이런 방식으로 실습하면서

IET(Individual Educational Programm)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성인기를 대비하여 전환교육을 해야 하는 자폐인들을 위해 지침서가 될 만한 한국의 자료가 극히 부족한 실정에서

내 아이뿐 아니라 따라오는 어린 자폐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 훈련을 할 때도 사진 자료들을 남겨 놓았다.

 매사에 자신의 규칙에 따라서 움직일 수 밖에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 태어난 자폐인들에게

삶에 편리하게 적용할 사회적 규칙을 만들어 매뉴얼화시키면 그만큼 그들이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의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그들을 교육시키기 쉬워지고 수월해 질 것이라 본다.

 

교과서 없이 스스로 자료를 찾아서  공부하는 일...해보면 참 고달프다..

교과서의 수준은 각자 맞추기 나름이고, 진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침서를 참고해 내 아이의 상태에 맞게 늘이고 즐이고 하면 되는 것..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아들과 함께 엎어지고 자빠지며 헤쳐온 길에서

 가로등 하나, 이정표 하나 더 있었더라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까..

비록 그 이정표에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할 지는 가 봐야 압니다'라고 적혀있을 지언정...

 

가끔씩 아이를 '정상'으로 고쳐놓겠다는 섣부른 희망에 들떠 있는 부모들께 과감하게 쐐기를 박아 욕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내게 '완치란 없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교육방향과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막다른 길까지 밀어붙이다 끝내 절망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여기기에

미운 털은 박히는 것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상윤이을 비롯하여 수많은 자폐인들이  힘자라는 대로 스스로  노력해서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이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붙인다.

 

 

출처 : Wishing to be a Super Mom!!
글쓴이 : 슈퍼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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