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옷차림으로는 재즈 공연에 가는 예의가 아니라는 딸과,
약속은 지키고 싶다는 내가 설전을 벌이다
결국 공연에 가게 되었다.
등산복 잠바에 배낭에 운동화를 신은채...
왜냐면 공연이 토요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만큼 공연에의 기대는 부풀어 있었고,
밴드를 보고 싶은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잊힌 한국 흑인음악의 원류"라고 표현하던가?
최이철이 이끄는 "사랑과 평화"의 공연!!
최이철 씨는 사랑과 평화의 리드 보컬로 한국에서
최장수 그룹을 이끌고 있다.
한국이 낳은 천재 기타리스트라고 하는
그의 공연에는 평균 나이가 나이 상인사람들이 모인 것 같았는데
찾아 온 사람들의 호응과 공연 매너는 정말 젊은 사람 못지 않았다.
게다가 최이철씨는 워낙 시원시원하고 오랫동안 몸에 밴
유머와 익숙한 입담이 걸작이었다.
너무 신나고 익숙한 노래들.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어머님의 자장가.유라시아의 아침...."
특히 "한동안 뜸했었지" 를 그가 부를 때 객석은 모두 하나가 되었다.
박수치고 따라 부르고 어깨춤이 저절로 나는....
탁월한 연주실력과 펑키 리듬을 구사한다는 그도 이제 60대.
그저 그가 건강해서 오래오래 가슴에 기억될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들려 주었으면 했다.
이런 유의 음악을 자기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기를 들고
공연 도중 나가 버린 딸과, 신이철이 들려주는 깊이 있는
연주와 노래를 고집했던
엄마가 같이 했던 금요일의 홍대앞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그리고 영원한 노병!! 신이철씨는 그렇게 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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