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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가족. 일상

어머니께

어머니!

제사포와 과일, 술한병등은 특별한 사람들만 준비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제가 이것을 준비해서 엄마를 만나러 가는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계신 곳은 카라멜고개 입구에 줄지어 있는 야광탑가운데 세멘탑

3개가 있는 곳이지요.

선영이와 아픈 다리를 간신히 옮기며 엄마를 찾았는데요.

아버지께서 유일하게 꽂아 놓은 싸리대 하나!!

이것이 어머니 흔적인데 왜 그리 초라해 보이는지...

처음으로 산소를 만들어 드리지 못했음을 후회했습니다.

곧은 나무는 누군가 베어 갈 것임으로 일부러 구부러진 소나무를

택하셨다는데...엄마. 저는 이것도 저것도 다 슬프기만 했습니다.

술 한잔 올리고 가지고 간 과일은 혹시나 드실까 땅에 묻었고,

제사포도 나무에 걸쳐 놓고 화천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바위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백운계곡이 있고, 바위들과 어울리는 소나무가

너무나도 그림처럼 펼쳐진 곳에 계시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요.

 

 

넓디 넓은 화천의 집에는 살림살이 하나 흐트러짐이 없이 정돈 되어 있었는데

온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개다섯마리만 우리가 온 것을 반겼습니다.

엄마!!  제가  밤 열 두시까지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먹을 거라고는 김치종지 몇개뿐이라던 아버지 말씀에 부랴 부랴 장을  보았어요.

고기와 계란 .메추리알을 넣어서 장조림을 했구요, 고등어 조림.

동태찌개. 오징어를 데쳐서 초고추장에 드시라고 담아 놓았습니다.

깻잎조림.호박전.피망과 버섯을 넣어 전을 부쳐서 놓았고.

부대찌개용 햄과 소세지. 도시락 김 묶음. 꽁치, 고등어통조림. 돌자반.

밑반찬으로 매실장아찌. 고추장아찌. 조개젓무침. 오징어젓갈등을

준비해 드리고 돌아 왔습니다.

오늘 일 많이 했죠?  아마 아쉽지 않게 보름은 드시지 않을까요?

이제 제가 한달에 한번은 아버지 찾아 뵙고 음식을 해 드리려 해요.

네 딸이 돌아가며 하면 별 어려움은 없을거예요.

하지만 어머니의 빈 자리는 아무도 대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아버님께는요.

 

 

언니와 살림을 합치시라고 말씀 드렸어요.

처음에 펄쩍 뛰시던 아버지도 이 겨울을 지내 보고 결정 하신다네요.

그리고 엄마 살아 계실때 그리도 많이 늘리셨던 그 어마어마한 농사도

내년부터는 줄이시겠다시며, 건강해서 딸들에게 부담가지 않게

하신댔어요.

 

 

어제 내린 비로 이제 한층 가을이 깊어 지겠지요.

어머니 계실때 무심하게 보낸 시간들이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그리운 오늘!!

저는 가슴을 부여 잡고 울며 이 글을 씁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당신이 있어서 제 생은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고통없는 그 곳에서 부디 편안하세요.

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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