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광덕고개 초입에 자동차가 막 진입했을 때,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길모퉁이를 돌아 어머니 계신 곳에 도착했을 때 선영이와
둘이서 얼마나 소리 내어 울었는지 모릅니다.
화천의 그 큰집에는 온기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텃밭에서
일하고 계신 아버지를 발견했을 때 왜 그리도 서글퍼 보였던지...
저까지 주저앉아 슬퍼하면 분위기 고약할 것 같아서,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밤 12시까지 온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했지요.
아버지의 한 해 농사. 그 어머어마한 고추밭이며, 도라지밭. 감자
옥수수밭을 데리고 다니시며, 수확의 기쁨을 얼굴에 그리시던 아버지.
바빠서 슬퍼할 겨를도 없으며, 부부가 어차피 100년 해로야 할 수 없지
않느냐시며 슬퍼하고 싶지 않고, 다만 죽는 날까지 건강해서 딸들에게
부담 주지 않았으면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 왜 외롭지 않으시겠어요. 그렇게 두 분이 정이 좋으셨는데...
서울로 오시라 하면 오시겠어요?
어차피 아버지는 시골에 남으셔야 할 것 같고요. 농한기에는
화천에서 가까운 셋째. 넷째 딸 집에 내려오셔서 아이들 등하교 등
소일거리로 바쁜 딸들 거두어 주셨으면 합니다.
아버지께서 사업에 실패하시고 오랫동안 가장처럼 살아온 제게 늘
그러셨죠? 아들 같은 딸이라고요. 저는 그 말씀의 뜻을 알고 있어요.
딸이지만 늘 아들처럼 생각하시고 기대셨던 둘째 딸.
아버지 곁에 늘 있겠습니다.
또 아버지께서도 그때보다는 형편이 나아지셔서 노후는 혼자서도 훌륭하게
준비하셨으니 이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셨으면 합니다.
여행도 하시고, 막내딸과 미국에도 가시고....
아버지!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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