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의 양지바른 언덕에 있는 큰 소나무 밑에
어머니를 묻어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한 줌 재로 변한 어머니 앞에 너무도 무기력한 내가 싫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혼자 남으신 아버지가 너무도 가여워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의 여성들이 다 그러했듯이, 가장 불행한 삶을 사셨던 어머니.
때로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삶이 싫어서, 원망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어머니의 희생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싫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희생과 헌신이 사랑이었고, 그 사랑이 이 세상 최고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닫고 있는지 참 답답합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어머님이 계셨다는 것이 큰 행복이었는데, 그동안 나는 왜
이 행복을 몰랐는지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빈소를 찾은 덕성여대 지은희 총장님.
만화 이웃나라 먼 나라 이원복 교수님.
재단에 맞서 싸워서 복직을 이끈 1 인 시위로 유명한 한상권 교수님.
숭실대학교 부총장님을 비롯하여,
두 학교의 교수님들.
화장장까지 이른 아침에 와 주시고 위로해 준
의정부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님들.
목양중학교 선생님들.
네 딸과 사위들의 동창회 관계자 등,
수많은 문상객을 보면서 저는 어머니의
삶과 희생과 헌신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했고 또 놀랐습니다.
이제 생활은 나더러 마음을 비우라 하는데, 이제 부를 수 조차
없는 어머니!!
가슴이 저리고 아픕니다.
죽을 만큼 아픕니다.
그리도 가슴에 묻고 그리워하던 아들은 만나셨는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돌아가셨을 때 뜨거운 눈물로 이별하셨던 할머니를 그곳에서는 만나셨는지....
이제 세상 짐을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너무도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어머니와의 추억.
내 어머니여서 저는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정말 사랑했습니다.
아니, 영원히 사랑합니다.
아!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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