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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2020-36)

사람

안도현 산문집

이레

 

* 24쪽 아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하리라. 서로에게 슬며시 스며드는 것.

* 32쪽 멀고 험한 길일 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 한다는 뜻(시-철길)

* 46쪽 엿장수는 외국자본에 기대지 않고 순수하게 민족자본으로 성장했던 기업. 엿장수, 넝마주이, 고물상이라는 음들 앞에 우리는 좀 더 겸손해져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이 땅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일 먼저 실천했던 선각자들이었던 것이다.

*54쪽 전라도말'뜬금없이'-표준어는 '느닷없이' 서울말 '열쇠'-전라도말은 '쇳대' 서울말'누룽지'-전라도말'누룽지'.... 찌 금장, 싱건지

*69쪽 술을 담그는 마음은 틀림없이 술병 속에 말 못 할 기다림 같은 것도 함께 담아 두었으리라. 그 마음을 곰곰 떠올리다 보면 나는 인간이 감상적으로 늙어가도 좋겠다는, 참으로 좋겠다는, 참으로 감상적인 생각도 하게 된다.

*87쪽 그리고 때로 외로울 때는, 파도소리를 우표 속에 그려 넣거나 수평선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서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90쪽 '일 포스티노' 이탈리어로 우체부라는 뜻.

* 98쪽 집은 사람이 살아야 부스러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잘 지은 집도 사람의 기운과 집의 기운이 교합하지 못하면 빨리 병들고 빨리 늙는다.

*103쪽 나무의 주인은 땅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라고. 이제 그 주인에게 자리를 비워줄 때가 되었다고.

*126쪽 물이 괸 웅덩이 같은 곳을 일러 '꽝'이라고 하는 것이다. (미나리꽝)

*134쪽 보춘화라는 꽃이 있다. 우리나라 산에서 자생하는 난으로 흔히 춘란이라고 부른다.

*142쪽 지금까지 내가 가장 감동적으로 경청한 주례사는 매우 단순하고 구체적인 것이었다. 부부싸움을 하되 너무 자주 하지 말 것. 돈을 벌되 이웃을 위해 쓸 줄도 알 것. 신랑은 고스톱을 절대로 말 것.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날 주례는 하객들로부터 당연히 큰 박수를 받았다.

*143쪽 혹시, 지금 당신은 사랑에 빠져 있는가? 그 사랑을 완성하고 싶다면 근사한 연애편지를 쓰는 법부터 익혀라.

*148쪽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라고, 해가 수평선 너머로 숨기 전에, 남은 기운을 끌어 모아, 안간힘으로 버티면서, 바다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빛을 낸다는 것이다.        

*149쪽 당신은 가을 바다 앞에서 고독해져도 좋다. 격렬하게 몸부림쳐 본 사람만이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152쪽 시에서 구체성은 감동의 원천이고 삶의 생생한 근거다.

*189쪽 돈에 얼마만큼 짐작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훤히 꿰뚫을 수 있게 마련입니다.

*225쪽 얼음보숭아(아이스크림) 얼음과자(아이스케이크) 손기척(노크) 끌신(슬리퍼) 물맞이 칸(샤워실) 화물선(짐배) 홍수(큰 물) 원양어업(먼바다 고기잡이)-북한말

*248쪽 200자 원고지 12매를 쓴다고 치자. 10매까지는 그런대로 술술 잘 풀리는 편이다. 문제는 늘 마지막 2매에서 발생한다. 그 절벽 끝에서 나는 사람을 생각했다. 사람의 냄새와 사람의 오욕과 사람의 사랑을 생각했다. 사람을 생각하면 거기에 길이 있었다. 그리하여 어쭙잖게 '사람'을 간판으로 내걸었다.(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