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생활**/가족. 일상

85세 시아버님

 

(사진은 아파트 뒷산에서 담아 둔 것입니다.)

 

며칠 전 인천 119 구급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버님께서 동인천역에서 쓰러지셔서 인하대병원으로 후송 중이라고,

입술이 1cm 정도 찢겼는데 의식은 있다면서 빨리 보호자가 오라고 했습니다.

마침 휴무인 딸 아이가 인천까지 가서 오랜 검사 끝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왔는데 혈압이 200까지 오른 것 말고는 별 이상은 없었답니다. 

 

 

어제 집에 혼자 우두커니 계시는 것 같아서 제가 산에 가시자고 했습니다.

강아지 아롱이와 아버님을 모시고 산에 올랐는데요.

아파트 뒷산은 한 시간 코스로 처음 20분 정도는 가파른 언덕길로 좀 힘이 듭니다,.

그다음부터는 편안한 산책길이지요.

언덕길에 이르자 아버님께서 의자에 누워서 일어나시질 못하는 거예요.

얼굴이 백지창처럼 하얗게 되고 숨도 가빠하셨습니다.

얼마나 제가  당황했는지요.

우선 시원한 곳에 눕게 해 드리고 지나가는 분에게 물을 얻어서 드시게 했습니다.

온몸을 주물러 드리고 30분이 지나자 혈색이 돌아왔습니다.

지름길로 내려오면서 '십 년 감수'란 말은 이런 때 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보청기를 처음에 60만 원짜리를 하셔서 신도림역에 쇼핑백에 넣어 두었다가

놓고 내리셨고, 다음에 170만 원짜리 보청기는 뒷산에 오르셨다가

넘어지셔서 잃어버리셨다네요.

그리고 지금 이비인후과에서 양쪽 보청기... 300만 원인데

본을 뜨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시고,

치과에, 비뇨기과에 요사이 아버님께서도 병원 가시는 일이 점점 많아지세요.

 

 

"100세 시대"란 말을 우리는 요즈음 들어 자주 씁니다.

건강하고 노후보장이 잘 되어 있으면 더 이상 행복한 일은 없겠지요?

그러나 병에 시달리고 노후보장이 없는 사람들은,

100세 시대라는 것은  그저 말 사치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아버님 세대도 머지않은 우리 세대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