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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 . 나들이

여름휴가 떠나는 길에서

 

 

 

 

 

삼길항 선상에서 회를 떠 가지고 출발한 시간은 오후 3시경. 펜션엔 애완견을 데리고 가도 된다고

했기에 잠은 잤지만 음식점에는 갈 엄두도 못내었다. 삼길항 근처에서 회와 먹다 남은 음식을

주섬주섬 꺼내서 둘러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효자인 아들은 평소 술을 좋아 하시는 올해

여든 넷 되신 시아버님께 참이슬 한 병을 권했는데 아버님은 혼자 한 병을 다 드셨다.

 

 

 

문제는 그 참이슬이 화근이었다. 당진나들목 근처에서 편의점에 들렀을 때 생리현상을 해결했어야

했는데 누구도 고속도로휴게소가 그리 먼 곳(화성)에 있는 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다

참을 만 했던 것 같은데 참이슬 한 병을 다 드신 아버님께서는 참지 못하시고 자동차에 그만......

휴게소에 와서 옷을 갈아 입으시고 출발하셨는데 이번에는 서울까지 참지 못하시고 자동차에 또

한번....

 

 

 

 

올해 여든이신 우리 시어머님께서는 매일 "밥을 한 숫갈도 먹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 하신다.

서울 은평구 보건소에서 심층치매검사결과 "치매가 아니다"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강아지 밥을 하루

두 번 주는 것을 못하시며,같은 말씀을 네 번이상 하시는 것은 보통이시다. 혈압약을 지으러

가시는 약국에서도 우리 어머님께서 하도 횡설수설하시니 오셨다 가신 날에는 특별히 일지를

쓴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머님께 치매는 어느 날 순식간에 오지 않을까 싶다.

 

 

 

2008년 친정어머님을 잃고 나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괴로워 했는가.

셀 수 없는 수많은 날을 나는 그리 슬퍼 했는데, 친정어머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시고 다음

날 돌아 가신 일을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들을  편안하게 해 주시려고 그리

이별도 고하지 않고 가신 것이지...

친정어머님이야말로 돌아 가시는 복을 타고 나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친정아버님과 시부모님이 계시다. 그리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아이 아빠가 늦게 들어 오는 날에는 가끔 어머님께서 아들한테 전화를 하신다는데, 모인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 한다고 했다. 아직도 부모님이 살아 계셔서 얼마나 행복하냐고...

우리 부부는 일산에 가서 삼년을 따로 산 것을 빼고는 27년을 시부모님과 같이 사는데

내 부모인지 남편 부모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고, 일산에서 3년을 모시고 산

친정아버님도 우리 집에 모시자고 할 정도로 시부모님도 이해가 많으신 분들이다.

 

 

 

 

 

육군장교로 군생활을 마치신 평생 군인이셨던 시아버님.

아버님은 내가 결혼한 초기에는 정말 무서운 호랑이셨다. 지금은 그야말로 종이 호랑이가

다 되셨으며, 그 옛날 아들 둘을 유명한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려고 "기루개(?)"를 옮기시며

교육열이 대단했다던 시어머님은 그 때 모습은 아예 없으시고 불안하기만 하시다.

 

 

 

나는 어른들을 모시고 살며 "내 팔자야!!"라고 자조 섞인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러나

어른들을 보면서 자주 "저 모습이 머지 않은 장래 내 모습이지..."하고 생각하면 정말

많이 우울해 진다. 딸 아이는 나가서 우리 엄마가 30년 가까이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고

하면 정말 대단하다고 하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단다. 자기도 그렇게는 하지

않을 거라면서....

 

 

 오랫만에 글을 쓴다.

 

 

 

부끄럽다. 그러나 현실이고 머지 않은 장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우울한 여름 휴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