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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세상이야기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읍내의 공터는 주기적으로 서커스단이 자리하는 단골 장소였다.

서커스의 내용은 아마도 거의 같지 않았을까?

아찔한 줄을 타는 소녀의 묘기. 마술과 차력 시범. 원숭이의 묘기....

 이 서커스 공연 중간중간에는 여지없이 약장수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우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기선을 잡는다.

쿵쿵 울려 대던 북소리와 약장수의 달변은 시골사람들을 매혹시키며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며,

군중 가운데 한 사람(어린아이)을 골라서 정체불명의 약을 먹이고,

항문에서 기다란 회충을 뽑아내던 약장수의 묘기는 지금 생각해 보면 연출이고 속임수일 수

확률이 더 높았는데....

그것을 보던 순수한 사람들은 입이 딱 벌어지기에 충분했다.

숨 막히는 묘기와 차력술로 사람들이 넋이 빠져 있을 즈음에 약선 전이 시작되곤 했는데,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었다.

너도 나도 "여기요? 여기요? 여기도 좀 주쇼!!"....

 서커스 구경 온 사람들이 물건을 사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또렷하다.

 

 

 

 

지난 토요일,  밀린 집안 청소를 하는데, 요란스러운 마이크 소리가 귀에 들린다.

"전남 강진에서 왔습니다.  올 8월에 농산물 수입 파고 가 한 번 더 있습니다.

우리 농산물의 홍보차.... 많이 이용하시라고 잡곡을 그냥 나누어 드리고 있으니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시각이 11시 30분. 정확하게 11시 35분에 나누어 드리는 것을 마감합니다.

ㅇㅇ아파트 7단지 정문 앞으로 시간이 없으니 빨리빨리 나오세요."

입던 옷을 그대로 길에 나가 보았더니, 모인 사람들은 노약자가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녹차 2 봉지와 쌀 비누, 보리쌀 한 줌을 선심 쓰듯이 준 다음에,

본격적으로 약선 전을 하는 것이다.

금산인삼 한 상자에 \298,000원인데,  한 상자를 더 사면 또 한 상자를 준다????

40여분의 혼란스러운 약장사의 설명을 듣고 돌아온 나는 피식피식 혼자 웃으며

'그러게!!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아마도 그날 그들이 내민 약정서에 서명을 한 사람이 열 명에 두 명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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