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대한민국의 유명음악대학에 모인 수험생은 어머어마하게 많았다.
끝없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험생들은 그간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까.
수험생을 데리고 온 학부형과 그들이 몰고 온 차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그 학교는 수험생의 반을 일차로 합격자를 내고, 다음 수능점수와 내신을
고려해서 최종합격자를 발표했었다.
그해 우리딸은 그 가군의 학교에 최종 낙방했다.
또 다른 서울의 나군의 학교에도 낙방을 했다.
또 다른 다군의 학교는 원서 조차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엄마인 나는 세상일은 모르니까(?) 써두자하던 학교였는데.....
아빠는 재수는 못한다. 단호하게 보내야 한다고 했다.
졸업을 할 무렵, 우리 학교도 재수 삼수하면서도 못 오는 학교라 만족해 하는 것 같았다.
인생은 누구나 다 시행착오 착오 속에서 살아 간다.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 나지 못하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결과를 다 알면 누가 시행착오를 겪겠는가.
지나고 나니 허공에 다리를 걸치고 정말 착각 속에 살았던 것이다.
예체능 교육을 가장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이 나는 학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발달한 독일 같은 나라처럼 자연스럽게 교실을 통해야
했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교육을 통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가르쳐야
하는 부모는 굉장한 정신적인 부담과 경제적인 부담을 안는 것이다.
나는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유학을 하겠다고 했을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선택을 하라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졸업을 하기 전에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고,
그간 학원에 다니며 독일어를 몇 년간 공부한 것이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니 한 두해 더 두고 보자고 아이를 달랬다.
아빠가 중소기업사장 이상이 되어야 시킨다는 예체능교육을, 우리처럼
가장 평범한 가정에서 시켰으니 우리도 참 대단하다.
이제 유학을 떠나면 우리 둘의 노후도 불안해 진다.
영국속담에 자식이 가장 악성보험이라 하지 않았는가.
가면 오지 않는.....
돈이 많으면 아무 것도 구차할 게 없다.
그런데 많은 돈이 없는 게 문제인 것이다.
오늘 건물이 누수가 되어 고치러 온 아저씨는 무용을 하는 딸이 고3인데,
내일 모레 콩쿨에 나가는 비용만 800만원이 든다고 한숨을 쉬면서 서울의
유명대학을 보내 준다는 댓가로 2천만원을 요구한다고 했다.
나나 너나 참 한심하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
한국의 예체능 교육.
참 문제가 많다.
천편일률적인 학부모의 생각도 참 문제이다.
재능은 살려야 한다.
그러나 재능도 없고 돈도 없는 예체능교육은 그 실체가 한심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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