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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책...책...책

한국단편99선 (2020-31)

 

 

 

<김동리의 무녀도>

작품의 배경이 된 예기소는 유구하고 안타까운 샤머니즘의 사연을 간직한 채 상 굿도 옛 모습 그대로

느릿느릿 강물을 끌어안았다가 다시 흘려보내고 있다.

무녀도는 김동리 나이 23세 때인 1936년에 발표되었다.

무녀도의 첫머리에는 무당의 딸인 소녀 낭이의 눈을 통해 예기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굿 풍경이 묘사되어 있다.

예기소에는 해마다 사람이 하나씩 빠져 죽는다는 불길한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주인공인 무당 모화는 예기소에 몸을 던져 비명에 간 부잣집의 며느리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국을 하다,

본인도 숱한 원귀의 뒤를 따른다.

예수교도였던 아들 욱이의 죽음과,

아들을 빼앗아간 예수 귀신에 대한 복수를 다음 생으로 미룬 채.

한국적 샤머니즘의 가치를 담고 있는 무녀도.

그는 자신의 마을과 그 주변을 배경으로 무속과 기독교의 오류를 인식하고 죽음을 초월하는 모화의

모델을 만들어 내었다.

 

 

<이상의 날개>

주인공인 [나]는 일상적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날 그날을 그저 까닭 없이

의욕도 없이 방 속에서만 뒹굴며 지낸다.

그는 심심하여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면 아내의 반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고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며 아내의 채취를 맡는다.

어느 날 나는 밖을 쏘다니다 아내가 들어오는 시간에 감기에 걸려 앓아눕는다.

자기의 매춘부 생활에 불편을 느낀 아내는 [나]를 볕이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아스피린 대신 수면제를 주었다.

어느 날 그는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미스꼬시' 옥상에 올라가고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다

정오의 사이렌 소리를 듣는다.

그는 불현듯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는 느낌을 벋는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

아내가 젊은 조수와 도망친 뒤, 송 영감은 배신감과 분노에 떨며

어린 아들 상돈이를 먹여 살릴 일에 막막해한다.

배신감이 너무 커서 조수가 지어 놓고 간 독을 부숴 버리고 싶지만,

생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안간힘을 다해 독을 짓는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정신적 고통이 큰 터라 손이 떨려서

예전과 같은 솜씨를 발휘하지는 못한다.

어느 날 송 영감을 딱하게 여긴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찾아와

당손이를 다른 집에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묻는다.

송 영감은 화를 내며 생계를 꾸리기 위해 다시 독을 짓는다.  가마에 독을 굽는 날,

은근한 경쟁심을 느끼며 송영감은 조수가 지어 놓은 독과 자신이

지은 독을 나란히 가마에 넣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이 지은 독들만 깨지는 소리를 들음며 송 영감은 쓰러진다.

다음 날 정신을 차린 송영감은 앵두나무집 할머니에게

당손이를 좋은 자리에 보내 줄 것을 부탁하고,

당손이 가 떠난 후 가마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깨어진 독들을 대신하여 죽음을 맞이한다.

 

 

<황순원의 소나기>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게 되지만, 말도 제대로 못 건네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어느 날, 소녀가 그런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져 관심을 나타내고 소년은 이를 소중히 간직한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소녀를 피하기만 하던 소년은 소녀의 제안으로 함께 산에 놀러 간다.

논밭은 지나 산마루까지 오르면서 아늑하고

평화로운 가을날의 시골 정취 속에 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산을 내려올 때 갑자기 소나기를 만난 소년과 소녀는 원두막과 수숫단 속에서 비를 피한다.

비가 그친 뒤 돌아오는 길에 도랑물이 불어서 소년은 소녀를 업고 건너며

둘 사이는 더욱 친밀해진다.

그 후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소녀를 만난 소년은

소녀의 옷에 진 얼룩을 보고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소녀는 그동안 아팠으며 곧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한 번 소녀를 만나려고 애를 태우다가 소녀가 이사 가기로 한 전날 밤 잠결에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소녀가 죽었으며 소년과의 추억이 깃든 옷을 그대로 입혀

묻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